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박 종 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지난 5월에 한국 제주도에 몰려온 500여명의 난민들을 두고 한국 사회가 고민하고 있다. 총과 학살의 공포로부터 목숨을 걸고 탈출하여 한국의 땅에 들어온 예멘 난민들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니면 ‘추방하여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다.

난민(亂民:refugee)이란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으로 곤궁한 생활에 처한 이재민을 말한다. 최근에는 주로 인종적, 종교적, 사상적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다른 지방이나 국가 등으로 탈출하는 집단적 망명자를 일컫는다. 난민사를 보면 1917년 러시아 혁명기간에는 150만 여명이, 1934년 독일에서는 히틀러의 나치정권이 수립되자 반체제 인사들과 유대인들을 비롯한 나치의 피해자 약 250만 여명이 자국을 떠나 각국으로 흩어졌다. 제2차 대전 후인 1947년 인도 및 파키스탄 분열, 1948년 팔레스타인 전쟁, 1975년 캄보디아, 라오스 및 베트남 등지에서 소위 ‘보트피플’이라 명명된 인도차이나 난민들이 고국을 탈출하였다. 1990년에는 르완다에서 토착 부족인 후투족과 소수민족인 투치족 간의 종족갈등으로 300만 여명의 난민이 발생하였다. 1998년부터 시작된 코스보에 대한 세르비아군의 인종청소 시에는 78만 여명이 학살을 피해 국외로 탈출하였고 미국과의 전쟁(2003~2011)에서 초토화된 이라크에서는 10%가 넘는 약 220만 여명이 조국을 떠났다. UN에 설치된 난민기구의 발표에 의하면 2014년 난민의 수는 5000만 여명에 이르고 세계 인구의 1%인 7700만 여명이 난민상태에 놓여 있단다.

이들 난민에 대하여 국제사회에서는 식량, 식수, 교육, 의료서비스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구출과 구호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비바람을 겨우 피할 정도의 천막제공과 주 1~2회의 배급 등 열악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그 곳을 탈출하지 않고 머물고 있으면 학살자가 되거나 죽음뿐”이기에 목숨을 걸고 탈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보도를 통하여 이러한 난민들의 양상을 접하면서 인류공동운명체 시각과 그에 따른 인도주의 정신 등에 대하여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인간은 존엄성을 가진 고귀한 존재이다. 하늘로부터 사람답게 살 천부인권과 지구촌 가족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태어났다. 여러 가지의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난민들도 인류사회가 배척할 수 없는 고귀한 생명의 주인공들이다. 그렇기에 세계가 같은 마음으로 난민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누구보다 UN의 능동적인 세계 동포주의적 철학 및 인도주의적 대처가 요구된다. 인간은 하나뿐인 지구를 삶의 터전으로 하여 살아가고 있다. 모두가 지구를 무대로 삼아 생활하는 공동운명체이다. 그러므로 인류의 생존과 인권에 관한 크고 작은 일들은 세계 동포주의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인도주의의 정신과 자세로 풀어가야 한다. UN(국제연합)은 1951년에 설치한 난민 고등판무관 사무소 설치를 통한 난민구호에 국한하지 말고 기능과 역할의 다변화를 도모하여야 한다. 자유와 생명의 안전을 찾아 미래를 전혀 보장할 수 없는 공포와 절망의 바다 위에 몸을 맡기는 난민과 같은 비극적이고 세상포기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선제적인 난민발생예방 행동에 나서야 하고 난민이 발생하였으면 적극적으로 인본적, 박애적 차원에서의 처방에 나서야 한다. 난민들에 대하여 그들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가진 고귀한 존재로 받아들이는 따뜻한 마음과 자세를 가지는 것을 비롯하여 운명 공동체적, 공생, 공존, 공영 등의 관점에서 긍정적이고 인간적인 손길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철저한 난민 심사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구원을 청해 목숨 걸고 찾아온 이방인들을 대아적 가슴으로 품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도리이고 국가와 사회가 가져야 할 도덕적 의무일 것이다.

제주도에 난데없이 몰려온 500여 명의 예멘인들, 그들은 그들의 인터뷰 내용처럼 아무것도 보장된 것이 없이 하루하루를 두려움과 불안으로 보내야 한다. 그들 중 일부는 ‘일부 한국인들은 그들이 여성을 강간하고 테러를 잘 일으키는 인종으로 알려진 무슬림이라는 사실만으로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좌불안석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말대로 생명의 안전을 찾아, 미래를 위해 탈출하여 한국으로 왔다. 한국은 난민 심사를 비롯하여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이들의 수용여부를 정하게 될 것이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다운, 세계 10대강국다운, 세계 이민사에 모범답안이 될 수 있는 합리적이고 범인류적인 결정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인도주의의 수준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게 하여야 할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