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송 에른스트국제학교 교장

한희송 에른스트국제학교 교장

 요즈음 방송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것이 대입제도의 개선에 관한 토론이다. 패널참석자들은 정시와 수시의 비율에 관한 논의로부터 수능의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에 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과정들을 관찰하고 각각의 방법이 갖는 문제점들과 장점들을 열거해 나간다. 그러나 이러한 토론회는 아무리 거듭되어도 실질적이고 긍정적인 효과는 오직 사람들의 기대에만 머물게 될 것이다. 만일 이런 토론을 거쳐 입시문제가 해결될 것이었다면 우리나라의 입시문제는 이미 예전에 그 뿌리를 드러냈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러한 노력으로 해결점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입시문제의 해결을 위해 행해지는 모든 종류의 토론회는 입시제도의 본질과 별 관계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입시제도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왜곡은 형식이 아닌 본질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학교와 입시 그리고 그것들이 갖는 본질적 의미를 제쳐두고 절차적 공평성만을 찾으려는 현재의 논의들은 그 어떤 방안을 도출시켜도 그로 인해 진학이 수월해진 계층의 환호와 진학이 더 어려워진 계층의 반발을 유발할 뿐이다. 어느 방안이 더 효율적이다 또는 더 비효율적이다 라는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또는 자기의 자식이 어느 제도를 통해 더욱 쉽게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우리나라에서의 입시제도에 관한 토론은 그 제시되는 해결책들이 어떤 것으로 정해지든 그것은 다만 제도의 개혁으로 이익 또는 불이익을 보는 사람들의 집합의 구성형태만 바꾸는 기능만 가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얼마만큼 남보다 물질의 축적정도와 명성(名聲)이 높은가를 삶의 성공을 판단하는 수단으로 삼아 왔다. 그리고 그 수단들 중 가장 유용한 것이 학력이라는 것이 모두에게 인식되어 있다. 의대(醫大)를 지원하는 이유는 직업적 안정성과 고수익 그리고 사회적 계급의 확보가 우선적 이유이다. 그 기준 이외에 의학이란 학문이 본질적으로 갖는 속성과 학생의 유전적 그리고 성장환경적 요소들이 우리나라에서 고려되는가? 요즈음 교대가 인기가 있다고 한다. 교대를 진학하려 하는 현재의 젊은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이 언제부터 초등학생의 교육이란 숭고한 사명에 그리도 자기 자신을 바치고 싶어 했는가?

대입제도를 합리적으로 바꾸는 방법은 단 두 가지이다. 학문의 본질적 속성을 그 자체대로 보는 것이고 또한 그 본질을 위해 암기나 형식적 평가가 아닌 실질적 이해와 학습자 본인의 본질적 존재가치가 중시되도록 하는 것이다. 바람이 부는 이유가 궁금한 사람은 결국 물리학을 할 것이고, 음악이 너무 좋은 사람은 음악을 하면 될 일이다. 우리의 교육시스템은 이에 부응하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머리가 좋다는 개념은 개구리를 좋아하고 그것을 연구하고 그 연구의 깊이가 누구보다 더 심오하다는 정도의 사실에 판단을 유보시키지 않는다. 그가 아무리 지적 호기심이 깊고 아무리 논리적 능력이 최고라고 하더라도 그 실력으로 생물학을 선택한다면 그는 ‘바보’여야 한다. 만일 그가 똑똑하다면 의대나 교대를 지망할 것이다. 현재의 우리나라 어른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입시제도의 존재가치의 근본원리다.

우리나라에서 학문부분의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 본질적 이유는 정부의 투자가 적어서도 아니요, 우리 국민이 머리가 나빠서도 아니요, 그 노력의 정도가 적어서도 아니다. 다만 학문과 인생 자체를 그 본질적 측면이 아닌 형식적 측면에서 접근한 결과일 뿐이다. 입시제도 개혁에 관한 공청회를 보면서, 도대체 저렇게 열띤 토론이 왜 교육의 본질적 왜곡을 향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할애될 수 없는가? 민망하기만 하다. 사람들이 자신이나 자신의 자식이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방법만을 사회적 정의를 지닌 것으로 스스로를 믿도록 종용하는 역할에는 늘 성공하지만 반대로 절대로 합리적 방법은 나오지 않을 그 의미 없는 논쟁에 입시제도개혁이란 타이틀을 부여하는 일을 그만 할 수는 없을까? 우리는 언제 우리의 학생들과 그들이 공부하는 장소인 학교와 그리고 그들의 성장을 둘러싼 대입제도 등의 시스템이 그 단어가 갖는 본질적 의미에 잠깐의 눈짓이라도 보내게 할 수 있을까 안타까움을 토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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