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인구 5만명에 웃고 우는 미니 군(郡)들이 많다. 사람 한명 한명이 아쉬운 판국이다.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30년 내에 사라질 군 단위가 85개가 될 것이라는 예측 보고서도 있다(2017년 7월 기준). 이중 충북에서는 괴산군과 보은군, 단양군, 영동군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각한 농촌인구 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얼마 안가면 소멸 지자체가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젊은이들이 다 도시로 빠져 나가고 남은 것은 노인들 뿐이니 농촌 황폐화는 더 심하면 심해졌지 나아지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아기 울음소리를 듣는 게 소원이라는 농촌사람들의 심정을 이해 안할래야 안할 수 없다.

농촌인구 문제의 심각성은 따갑도록 들을 정도로 일상화가 됐는데 뜬금없이 농촌인구를 거론하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충북 영동군의 사례를 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영동군이 10년 버텨 온 인구 5만명은 지난 6월19일 기준 4만9996명으로 무너졌다. 1965년 12만4075명이었던 인구가 53년 만에 4만명 대로 떨어진 것이다. 이로써 단양군(3만516명), 보은군(3만4424명), 증평군(3만8423명), 괴산군(3만9314명)과 함께 충북에서 인구 4만명 대 보유군으로 전락했다. 다른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가 가져 온 피할 수 없는 결과다.

영동군의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는 28.1%에 이르고 사망자는 619명인데 비해 출생자는 288명으로 절반도 안되니 인구 감소는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가 지자체에 주는 교부세의 주요 잣대가 인구이다 보니 인구가 줄면 살림살이도 그만큼 팍팍해질 수 밖에 없다. 실·과도 5만명을 넘으면 14개를, 그렇지 않으면 12개로 줄어 5만명 사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특히 심리적 저항선인 5만명이 무너지면 노동력 부족으로 기업유치가 어려워지고 학생 수 감소로 교육의 질이 저하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도 남는다.

그래서 영동군은 2007년 5만1000명까지 떨어지자 시민사회단체와 관련기관이 나서 ‘범군민주민등록옮기기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여기엔 별의별 기발한 시책이 동원됐다. 인구증가 우수 읍·면 포상은 기본이고 영동대 학생 유입을 위한 공무원특채 확대, 노인병원·복지시설입소자 주민등록 옮겨오기, 귀농인 유치, 출향자 전입유도 등을 수없이 폈다. 출산장려금을 올리고 외지서 출·퇴근하는 공무원엔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까지 놨다.

오죽하면 토박이 관념을 타파하자고 하고 유흥업소·서비스업 종사자 전입 유도와 여성단체협의회는 회원들에게 자녀를 갖자고 권장까지 했을까. 이런 노력은 10년 넘게 인구 5만명 붕괴를 막는 힘이 됐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실적에 쫓긴 공무원이 지인들에게 위장전입을 유도하는가 하면 주민세 등 세금까지 대납하는 일도 벌어졌다.

일각에선 이번 지방선거가 끝난 뒤 5만명이 붕괴된 사실이 알려져 다행이라는 시각도 있다. 만약 선거일 전에 붕괴됐다면 그 책임소재를 놓고 시끄러웠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영동군은 사력을 다해 지켜온 방어선 붕괴를 인정하고 부작용을 일으키면서까지 인구 늘리기에 올인하지 않기로 했단다. 인구 늘리기 끈을 놓지 않으면서 실적위주의 강제성 시책은 펴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정부의 지방자치단체행정기구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완화된 탓도 있다. 대신 10만명 이하 지자체는 3개 이하 국을 설치할 수 있어 행정복지국과 농업건설국을 신설했다.

그렇다고 인구문제에 손 털만큼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영동군이 소멸예상 지자체에 포함된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박세복 군수 말마따나 모두가 영업사원이 돼 ‘강소 지자체’의 모범으로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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