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목적지에 대해 기만 당한 채 한국에 왔다. 일부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도 못했다. 그들은 피해자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다. 그가 지난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6년 4월 중국 닝보의 북한 음식점인 류경식당에서 탈북해 한국으로 온 여성 종업원 12명과 면담한 후 밝힌 내용이다.

심지어 탈북자중 한명은 킨타나에게는 “딸처럼, 가족처럼 생각하고 이 문제에 접근해 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그는 “피해자들이 한국에 남아있기로 결정하든 혹은 다른 결정을 하든 그들의 의사 결정이 존중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외교적 용어로 완곡하게 ‘그들의 의사 존중’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팩트체크는 어렵지 않다. ‘가고싶어 하는자 즉시 보내라’다.

그동안 “싫다는 사람들을 왜 억지로 끌어안고 속 썩나? 원하면 돌려보내 주지”라는 막연한 의견만 가지고 있던 국민들로서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국민들이 가장 궁금한건 딱 하나다. 진정 자유 탈북인지, 아니면 ‘기획 입국’인지. 기획입국이라면 당연히 사건의 진상을 명확하게 밝혀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하는게 맞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지 ‘깡패국가’가 아니다.

그들 주장처럼 목적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 없이, 그리고 본인의 의사에 반해 여기까지 왔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납치’가 될수도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질질 끌 일이 아니다.

북한 종업원들이 한국으로 왔다는 정부 발표는 우연찮게도 20대 4.13 총선을 엿새 앞둔 날. 오비이락이었다. 적잖은 지식인들, 특히 민변 쪽이 민감하게 반응했고 오늘날까지 명확한 진상규명과 그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펄쩍 뛴다. 기획입국은 말도 안되는 자유 탈북임을 단호히 강조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논란이 이정도로 큰데 당사자인 북한이 가만있을리 만무다. 지속적으로 송환을 주장하며 남북고위급 회담에서도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제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으로 날밤 지샐게 아니라 독립적 진상조사단을 꾸려 요즘 젊은이들 표현대로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함) 조사해 결과를 내자. 그리고 이것이 실제 총선을 노린 ‘북풍공작’이었다면 관련자들에게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그러나 자유 탈북이었다면 정부도 한국이 더이상 국제사회에서 인권 후진국처럼 보이게 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탈북자들의 신병 역시 진상조사가 명확하게 끝난 후 그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해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처리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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