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석 충북도의사회장

안치석 충북도의사회장

 얼마전에 전북 익산 A병원 응급실 의사가 술취한 환자로부터 수차례 두들겨 맞아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피해 의사는 코뼈 골절과 뇌진탕, 전신 타박상을 입어 현재 입원 치료중 입니다. 가해환자는 폭행과 욕설도 모자라 “감옥에 갔다 와서 칼로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까지 했습니다.

아무리 환자라도 응급실 의사를 때리면 안 됩니다. 의사가 행패를 당하고 살인협박까지 받는 무방비 상태의 응급실 현장이 너무나 가슴 아픕니다.

게다가 당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급박한 상황에서 피해자 의사가 보호를 요청했으나 담당경찰관이 없다는 이유로 고소도 받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즉시 유치장에 수감해야할 범죄자를 오히려 그냥 풀어주었습니다. 현재 폭행범은 구속되었습니다.

응급실은 생명이 위급한 순서대로, 중한 순서대로 진료가 이뤄집니다. 빨리 안해준다고, 의료진이 불친절하다고 별의별 이유를 들어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난동을 부립니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대부분이 한 달에 1~2회 꼴로 환자나 보호자로 부터 횡액을 당합니다. 원광대학교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응급실 의료진의 84.4%가 폭언과 폭력 등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어디보다 안전해야될 응급실이 위험한 장소로 방치된채 환자와 의사의 보호망이 뚫리고 있는 것입니다.

응급실 의사도 사람인지라 상해나 폭행을 당하면 그 이후 정상적인 진료를 할 수 없습니다. 의사의 몸과 마음이 편치 못한 상태에선 제대로 된 처치도 수술도 처방도 불가능합니다. 정말 위급한 환자가 피해를 봅니다.

경찰의 미온적인 대처와 부적절한 대응 때문에 실망이 큽니다. 설상가상으로 사법부의 처벌은 솜방망이 입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응급실 의료진 폭행범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합의를 종용하거나 훈방 처리합니다. 술 먹었다는 이유로, 초범이라는 이유 등으로 겨우 벌금 얼마에 응급실 폭행범을 용서합니다. 법의 실효성이 상실되었습니다.

생명 최전선에서 일하는 응급실 의사들의 안전을 이런 공권력에 믿고 맡길 수 있는 것인지 불안합니다. 응급실 폭력은 의사를 위축시키고 다른 환자의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엄중히 대처해야 합니다.

응급실 진료환경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인식의 변화와 시스템개선이 필요합니다. 대국민 홍보와 캠페인을 시작으로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엄정한 법집행을 촉구합니다. 응급실 경비에게 호신진압 장비를 지급하거나 제지권한을 요구합니다. 운전자 안전격벽처럼 응급실 구조를 바꿀 수 있습니다. 충북은 3년전부터 폴리스콜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찬밥신세이긴 하지만 미비한 점을 보완하면 응급실 안전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경찰의 응급실 정기순찰과 배치도 검토해 볼만 합니다.

안전한 응급실 진료환경만이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