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허태정 대전시장이 지난 11일 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7월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와 관련해 지방특성 가중치를 높여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에 대한 타당성 재조사가 진행 중인 것을 언급한 뒤 “예비타당성 조사나 타당성 조사 등 이런 정책의 기준이 매우 서울 중심적 사고에 기초하고 있다”며 “지방의 특성과 성격에 맞게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처럼 대형 신규 공공투자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시작된다. 사업의 필요성, 경제성, 정책적 의의 등을 판단하는 기초 작업이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편익률(B/C)이 1을, 정책적 종합평가(AHP)가 0.5를 넘어야 다음 단계가 진행된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정부의 재정 낭비를 막고 효율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 1999년 도입됐다.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타당성조사-설계-보상-착공의 순서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예비타당성조사는 SOC 확충과 지역개발을 위한 첫 관문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각 지역의 특성을 무시한 채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식이다. 경제성 중심의 비용과 편익 분석에 매몰되면서 고령화와 저출산, 수도권 인구 유출 등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지방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허 시장의 주장은 환영 받을 만하다. 그는 “정책 판단의 근거를 서울을 기준으로 하면 지방분권은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하며 “지방의 불편을 해소하려면 지방에 그만큼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예비타당성조사가 경제성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곤란하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다시 말해 지역경제의 파급효과, 지역균형개발, 정책의 일관성과 같은 정책적 분석의 가중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다.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지방에 맞게 기준을 완화해야 지방에서도 도시철도를 설치할 수 있다”는 허 시장의 주장처럼 예타가 타당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역균형발전 수요, 즉 지역 특수 수요가 반영돼 글자 그대로 ‘타당한 제도’가 돼야 한다. 경제성에 앞서 지역균형발전의 가치를 현저하게 평가하는 제도적 개선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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