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8곳서 ‘폭염경보’·청주 닷새째 열대야 이어져 여름장마 사실상 끝…1973년 이후 두 번째로 짧아 티베트 열풍 영향 폭염 최장 한 달 이상 지속될 듯

대구·경북 전역에 폭염 경보가 내린 15일 오후 대구시 북구 한 도로에 지열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올 여름 폭염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사실상 장마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더위가 한 달 정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위에 온열질환 잇따라

15일 한 낮 기온이 35도 안팎까지 치솟는 등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린 가운데 나흘째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는 충청권에선 세종과 대전, 청주·괴산·보은·제천·단양·충주·영동·옥천 등 충북 8개 지역, 충남 부여·공주의 폭염주의보가 폭염경보로 격상됐다.

밤사이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열대야도 이어지고 있다. 청주의 경우 지난 10일 밤부터 닷새째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고, 대전과 세종도 나흘째 열대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찜통더위 속 온열질환자 발생도 잇따르고 있다.

충북에서는 지난 14일 올 들어 첫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7시 50분께 청주시 북이면 한 축사 증축 현장에서 A(63)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경찰은 숨진 A씨가 찜통더위 속 용접일을 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앞서 오후 3시께 청주시 금천동에서 밭일을 하던 60대가 탈진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이날에만 4명에 대한 온열질환 신고가 접수됐다.

충남에서도 지난 4일 아산의 한 공장에서 30대 근로자가 탈진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지난 11일까지 13명이 온열질환으로 응급실 진료를 받은 것으로 보고됐다. 대전·세종에서는 현재까지 보고된 온열질환 이송 사례가 없지만 본격적인 여름더위의 시작으로 온열질환자 발생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폭염’ 최장 한 달 갈수도

기상청의 장마종료 공식발표는 없었지만, 장마전선이 지난 10일 북한지역으로 북상하면서 올여름 장마는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인다.

중부지방의 경우 장마가 끝나는 시기는 평년기준 7월 25일 정도인데 올해는 이보다 2주가량(6월 26일~7월 10일) 일찍 끝난 셈이다. 이는 6월 25~30일 장마가 이어졌던 1973년(장마기간 6일)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짧은 장마다. 3위는 1999년 18일(6월 23일~7월 10일)이다.

일반적으로 장마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까지 세력을 확장하면서 끝나지만,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서쪽 티베트 고원에서 데워진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돼 장마전선이 북상한 모양새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더위가 지금부터 한 달 정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통 더위는 8월 중순 광복절을 전후해 꺾이는데 그때까지 더위가 식을만한 요소가 딱히 없기 때문이다.

기상청도 최근 발표한 중기예보와 1개월 예보에서 7월 말까지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기온을 보이겠다고 예보했다. 또 8월 초·중순 기온은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8월이 연중 가장 더운 시기인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최소 한 달 이상 폭염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비소식은 대기불안정에 따른 소나기 정도가 예상되고 있다. 다만 기온이 높을수록 더 강한 게릴라성 호우가 쏟아질 가능성도 있어 기습호우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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