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병문안 문화 개선 시급

전체 병동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충북대병원. 스크린도어 설치로 환자, 보호자, 간병인 등 제한된 인원과 시간에만 병문안이 가능하고 문병객들의 신상을 기록하게 돼 있어 감염병 차단과 환자·의료진이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병원 내 감염관리 소홀로 39명의 사망자를 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생한지 3년여가 지났지만 도내 유일의 상급종합병원(3차)인 충북대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종합병원(2차)에는 감염병 예방 및 차단 시설인 스크린도어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아 정부차원의 체계적 관리와 지원이 시급하다.

현재 도내에는 청주 5곳(청주의료원, 청주한국병원, 청주효성병원, 청주성모병원, 청주하나병원), 충주 2곳(건국대충주병원, 충주의료원), 제천 2곳(제천명지병원, 제천서울병원), 옥천 1곳(옥천성모병원), 진천 1곳(진천성모병원) 등 모두 11곳의 종합병원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청주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스크린도어는 환자와 보호자, 시민의 감염병 예방을 위해 필요한 시설이긴 하지만 의료법상 필수사항이 아니고 지정기준이 적용되는 상급종합병원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종합병원들은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더욱이 시설과 보안인력 등에 대한 비용부담이 높아 정부지원 없이는 설치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청주의 한 시민은 “메르스 사태로 큰 홍역을 치르고도 근본적인 예방시설 설치와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치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제2의 메르스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4명(의심 9명, 확진 5명)의 메르스 환자를 입원·치료한 충북대병원의 경우 작년 9월 감염병 차단과 환자·의료진이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4억70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각 병동에 스크린도어를 설치 △평일(1회) 오후 6~8시 △주말·공휴일(2회) 오전 10~12시, 오후 6~8시에 병문안을 허용하고 있다. 또 작년에만 전직원 7회, 신규직원 13회, 실습생 11회, 119구급대 2회 등 모두 33회의 감염병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이밖에 지난 5일 환자와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감염병 예방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환자 개인간병인을 비롯한 간병단체 소속 간병인 등 총 111명을 대상으로 예방교육을 진행했다.

이렇듯 충북대병원이 감염병 예방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메르스 사태 당시 병문안으로 인해 감염병이 빠르게 확산하고 역학조사의 어려움 등으로 많은 인명피해와 사회·경제적으로 엄청난 대가를 치렀음에도 우리의 병문안 문화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채 심각한 안전 불감증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병원 외벽에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고 원내방송, 캠페인 등을 통해 병문안 문화개선과 면회시간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문병객들이 면회시간이나 인원 제한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왔다가 발걸음을 돌리거나 병원 측에 항의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이어 “병문안 시간을 제한하면서 입원환자 대부분이 안정을 되찾아 크게 만족하고 있고 의료진이 진료에 더욱 집중할 수 있어 치료 효과도 더욱 좋아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앞으로 면회시간 안내에 대한 홍보를 더욱 강화해 문병객들의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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