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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노근리 평화사랑공원을 가다
풍향계/ 노근리 평화사랑공원을 가다
  • 이석우
  • 승인 2018.07.16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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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시인
이석우 시인

매년 7월 25일이 되면 영동 노근리 평화사랑공원에서는 위령제가 열린다. 이 공원의 위령탑과 평화기념관, 교육관에는 한 해에 13만 명의 추모객이 줄을 잇는다. 이제 노근리는 추모공간을 뛰어 넘어 인류의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가슴에 담는 역사 교육공간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영동 노근리의 쌍굴다리는 1934년 만들어졌으며 2003년 6월 30일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제59호로 지정되었다. 이곳에서 1950년 7월 25일 부터 29일까지 5일간 후퇴하는 미국 제1기병사단 제7연대 2대대 H 중대에 의한‘양민학살’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 부대에 “미군의 방어선을 넘어서는 자들은 적이므로 사살하라.”는 8군 사령관의 작전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비밀 해제된 미 국립문서보관소의 당시 작전명령이 공개되었을 때 우리 국민의 미군에 대한 분노는 위험 수위를 맴돌고 있었다. 클린턴 미대통령은 당시 우리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으며 즉시 보상금으로 175만 달러를 내놓았다.

1950년 7월 23일 정오 영동읍 주곡리 마을에 소개 명령이 떨어져 주곡리 주민은 임계리로 미군에 의해 아동하게 된다. 임계리에는 7월 25일 저녁 타 지역 주민들까지 모두 500~600명이 집결 되었다. 미군은 이들 속에 인민군 유격대가 숨어 있다는 가정 하에 미군보다 먼저 남하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이들에 의한 후방공격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영동읍 하가리 하천에서 미군의 유도로 노숙을 마친 피난민들은 7월 26일 정오 4번 국도를 이용 황간면 서송원리 부근까지 왔을 때 미군은 피난민 행로를 철로로 변경시킨다. 그리고 얼마를 지나 철로 위의 피난민들에게 미군의 비행기 폭격이 가해진다.

순식간에 철길은 총에 맞아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과 총알을 피해 도망치는 사람으로 뒤엉키고 있었다. 백 명쯤은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고, 백 명쯤은 산속으로 도망쳤다. 남아 있는 3백 명은 민첩하게 달아날 수 없었던 부녀자와 어린이들이 대분이었다. 미군에 의해 이들은 철교 밑의 10m 높이 쌍굴다리에 갇히게 되었다.

그날 오후 이곳을 탈출하려는 몇 명이 터널을 지키는 미군 참호병에게 사살 되었다. 어둠이 쌍굴다리로 내려앉자 서치라이트가 내리꽂히고 기관총알이 쏟아져 들어왔다. 삶을 내던지고 죽음을 행해 달려 나간 사람들 중 백여 명이 목숨을 건져서 도망쳤다. 사흘 째 되는 날 미군이 철수하였다. 겨우 20명이 피로 물든 근처의 개울물로 목을 축이며 살아남았다.

이 사건을 실제 경험했던 생존피해자와 유족들은 사망 135명, 부상자 47명 모두 182명의 희생자를 확인했으며 400여명의 희생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사건을 영화화한 <작은 연못>은 실상 영웅적 주인공은 없다. 미군이 총을 쏘아대는 걸 뻔히 보고도 '미군이 왜 쏴! 빨갱이가 쏘겄지'라는 양민의 순박한 언사와 '울지 말어, 니가 우니께 자꾸 총을 쏘잖어' 하면서 아기를 질식사시키는 아비의 비통한 모습이 묘사되고 있을 뿐이다.

2004년에는 노근리 사건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2008년 충청북도는 역사공원 건립의 첫 삽을 뜬 이래 현재의 평화사랑공원을 조성하였다. 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진 결과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을 상징하는 평화공원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실수냐 고의냐의 논쟁이 이어지고 있으나 미군의 제노사이드에 대한 분노를 누르고, 용서와 화해의 자세로 역사의 아픔을 평화와 인권의 차원으로 극복해가는 우리의 모습에 지금 세계인들은 놀라워하고 있다. 이것은 베트남의‘한국군 증오비’에 대한 부채의식을 조금이라도 내려놓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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