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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 자존심 내팽개 친 문인들
동양칼럼/ 자존심 내팽개 친 문인들
  • 김영이
  • 승인 2018.07.17 2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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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얼마 전 충북 문인계에서 있어서는 안될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글로 먹고 산다는, 그런 자존심 하나로 글을 쓰며 살아가는 글쟁이들이 어떻게 상식 밖의 일을 뻔뻔하게 저지를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황당하기 그지 없다.

청주지역에서 문인임을 자처하며 활동하는 사람들 몇명이 공모전 심사과정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할 짓 못할 짓 다 해 전체 문인들에게 창피만 잔뜩 안겨준 얘기다. 심사위원이 자신의 작품을 직접 뽑아 수상작으로 선정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응모자 이름을 자기 자식 이름으로 바꿔치기해 써 냈다. 돈에 눈이 멀어 자식까지도 동원하는 한심한 작태를 보여준 것이다.

공모전에서 당선되기 위해 남의 글을 베껴 쓰거나 아니면 남이 써 준 작품을 자신의 이름으로 제출해 물의를 빚은 일은 가끔 접했어도 이번처럼 문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짓밟아버린 행위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볼 수 없는 전대미문 사건이다. 심사위원이 자신의 이름이 적힌 작품을 선정할 수 없으니 자식 이름으로 써 냈다? 그래서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말인가. 

일반 사람들은 감히 상상도 못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 일을 문인들이 앞장서 스스로 저질렀다는 점에서 문인계의 오점으로 두고두고 남을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5월초 청주문인협회는 ‘직지 노랫말 공모전’을 가졌다. 5월10일까지 마감한 응모작은 61편으로 청주문인협회는 같은 달 30일 심사위원회를 열어 대상 1편, 최우수상 1편, 우수상 1편, 장려상 2편을 선정했다. 상금은 대상 200만원, 최우수상 100만원, 우수상 50만원, 장려상 30만원이 걸렸다.

심사는 유제완 충북문인협회장, 오선준 전 청주예총회장, 임찬순 시인, 류경희 수필가, 심억수 시인 등이 맡았다.

이중 2명이 ‘셀프심사’를 통해 최우수상과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됐는데 신분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작품에 자녀 이름을 달아 접수하는 도덕적 해이를 드러냈다. 그렇다고 신분이 감춰질 리 없다.

이름 석자 중 가운데는 공란으로 비워두고 성과 끝자만 공개했다. 즉 대상 임O빈, 최우수상 심O람, 우수상 허O혁 이런 식이다.

심 씨와 류 씨의 허술하기 짝이 없는 ‘짜고 친 고스톱’이 밝혀지면서 신분도 금방 탄로났다. 돈 몇 푼에 자식들까지 이용해 먹는 이기적 부모라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여기에서 청주문인협회도 자유로울 수 없다. 공모전은 입상자 이름과 입상작 공개가 기본인데 협회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곳곳에서 이를 질타하자 개인정보 때문에 이름 석자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해괴한 변명을 내 놨다.

파문이 확산되자 상급단체인 청주예총은 수상자를 취소하고 지난달 25일께 재공모에 들어가 지난 5일 6명의 입상자를 가렸다. 입상작중 대상과 최우수상, 우수상 작품은 곡을 붙여 오는 10월 열리는 1회 직지페스티벌 합창대전 지정곡으로 쓰인다.

여기까지는 심사위원 2명의 개인적인 일탈행위였다고 치자. 하지만 전체 문인들의 얼굴에 똥칠을 한 이들의 행위는 너무나 엄중한데도 청주문인협회는 자진탈퇴하라는 것으로 그쳤다. 지난 10일 열린 임시총회에 참석한 60여명의 회원이 제명과 자진탈퇴 2개 징계안을 놓고 투표를 했는데 35대 24로 자진탈퇴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대목이다. 
앞서 충북문인협회는 지난 2월 재임기간중 충북문학상 운영비 1000여만원 중에서 200만원을  유용했다는 이유로 정 모 전 충북문인협회장을 제명했다. 유용 부분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논란이지만, 협회 창립 이래 회원이 제명처분된 것은 처음이다.

200만원 유용이 제명 처분을 당할 정도의 죄라면 역시 돈에 눈이 어두워 문인으로서의 자존심을 버리고 전체 문인들의 신뢰를 떨어뜨린 행위는 200만원 유용보다 못하다는 걸까.

문인들이 사안의 심각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파문만 빨리 가라앉길 바라는 마음에서 ‘가재는 게편’ 식으로 처리했다면 오판이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된 고은 시인은 성폭력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교과서와 국립 3.15민주묘지 등 곳곳에서 고은 흔적지우기가 벌어졌다. 왜?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신뢰를 저버린 문인은 더이상 문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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