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신 기 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최근 광주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 기말고사 시험지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3학년 학생의 어머니인 학교운영위원장의 부탁으로 행정실장이 5과목의 시험지를 전달하였고 해당 학생은 시험 전 반 친구들에게 문제를 알려줬는데 이것이 실제로 시험에 출제되자 학생들이 학교 측에 시험문제 유출 의심신고를 하여 발각된 것이다. 또 부산의 한 특목고에서는 고3 학생 2명이 교사 연구실에 몰래 들어가 기말고사 시험지를 촬영해 유출한 사실이 드러나 퇴학 조치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학생들은 대담하게도 방과 후 교사 연구실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몰래 들어가 서랍에 있던 두 과목의 시험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시험지 사진을 SNS에 공유하는 과정에서 들통이 났다.

오래전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백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조직적으로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나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다. 또 대학 편입시험에서 대규모 대리시험이 치러졌다든가 토익․탭스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던 보도도 있었고 심지어 사법연수를 마친 예비법조인들이 윤리시험에서 무더기로 커닝을 했다가 들통 난 일도 있었다.

“살아오면서 커닝을 한두 번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면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단편적인 경험에 의존하는 것일까? 철없던 시절 장난삼아 또는 심심풀이나 객기로 커닝을 하고(또는 해주고) 나서 정상적이지 못한 방법에 스스로 초라함을 느끼고 두 번 다시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커닝은 살아오면서 개개인에게 올바른 세상살이를 역설적으로 가르쳐 준 비밀스런 추억이며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그런 점에서 커닝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자기자식을 위해 다른 사람과 야합하여 시험지를 빼돌린다든지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시험지를 훔치는 행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파렴치한 범죄행위이다.

사실 조선시대 과거시험에서도 부정행위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과거에 관한 저서나 문헌을 보면 그야말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부정 방법이 동원됐다는 것이다. 예상 답안지를 미리 만들어 가는 것, 시험지를 바꾸는 것, 채점자와 짜고 후한 점수를 주는 것, 합격자의 이름을 바꿔치기 하는 것 등등 이루 다 꼽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숙종실록을 보면 성균관 앞에서 한 아낙이 나물을 캐다가 노끈이 땅에 묻힌 것을 발견하고 잡아 당겼더니 대나무 통이 묻혀 있었다. 대나무 통은 땅속을 통해 과거시험이 열리는 성균관 반수당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부정행위자는 대나무 통을 매설하고, 통 속에 노끈을 넣어 시험장에서 시험문제를 노끈에 매달아 보내면, 밖에 있는 자가 줄을 당겨 시험문제를 확보한 후 답안지를 작성해 노끈에 묶어 보냈던 것이다. 당국이 조사를 했으나, 범인은 잡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필자가 시간강사를 했던 시절 어느 대학에서 있었던 일이다. 중간고사를 바로 앞둔 어느 날 과대표가 긴밀하게 만나자고 하였다. 과대표가 복학생이라 지레 짐작으로 공부를 못해서 그러니 조금 봐 달라고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과대표는 필자를 만나서 대뜸 “교수님, 시험감독 좀 철저하게 해주세요!”라고 하였다. 사연을 들어보니 커닝수준에 따라 학생들의 장학금이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들키지 않고 커닝을 잘한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는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필자는 ‘시험감독을 칼같이 하겠다’는 약조를 했고 마침내 그것을 실천하였다. 이후 소문에 따르면 필자의 과목 때문에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였다.

누구든 좋은 성적을 얻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많은 학생들은 성실하게 노력하여 성적을 얻는다. 일부 몰지각한 부모와 학생들이 탐욕을 버리지 못하고 범죄행위에 가담한다. 선악과는 우리 주변 어디에나 널려있다. 학생들에게 선악과를 따먹고 책임을 질 것인지 아니면 보기만 할 것인지 분별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욕심을 버려야 한다. 장난과 범죄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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