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환권/ 취재부 부국장 공주 논산 담당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 마지노선을 우회해 아르덴 숲을 돌파한 진격의 독일 전차군단에 쫓겨 프랑스 북부해변 덩케르크에 갇힌 영불 연합군 40만명. 2차대전 초기 1940년 5월 그들은 독안에 든 쥐였다.

히틀러와 맞짱 뜰까, 40만 청년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굴욕적 협정을 맺을까 고민하던 영국 수상 처칠은 '굴욕'을 택한다. 이때 협정안을 쓰기 위해 펜을 든 그에게 아내가 병사들의 직접 구출을 조언하며 응원처럼 전한 말.

'당신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강하고, 확신이 없기 때문에 현명한 거예요'

게리 올드만이 주연한 영화 '다키스트 아워'에 등장하는 명대사다.

공주시 김정섭 시장이 지난 16일부터 16개 읍면동 초도순방을 진행중이다. 실과장 간부들은 물론 시의원들까지 나서 고3의 수능만큼 진지하게 임한다.

목소리의 ‘주파수’가 평소와 달라서였을까. 18일 금학동에서 김정섭 시장의 답변에 이어 나선 한국당 이창선(62) 의원의 말은 달변에 가까웠다. 명료한 현장 파악은 물론 사업의 타당성 여부, 예산등 난제, 중앙정부의 지원 가능성과 형평성 까지. 한마디로 쾌도난마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실무 책임자인 실과장들의 답변이 단 ‘한마디’도 없었다는 점이다. 그만큼 시의회의 준비가 철저했다.

이창선 의원의 개인적 풍모는 사실 ‘세련미’와 거리가 좀 있다. 적잖은 투박함이 느껴질 정도다. 더구나 예산 등이 수반돼야 하는 민원해결이란 늘 ‘불완전하고 확신이 없는것’이어서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그의 웅변은 투박함에서 빛나는 불꽃같은 열정이었다. 처칠 아내의 응원처럼.

공주 시민들은 의회와 집행부가 지금처럼만 한다면 민선 7기 공주호의 민생 최우선이라는 이념적 순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을거라 믿는다. 정치 문법에 함몰되지 않고 오로지 시민들 곁에만 있겠다는 이창선 의원의 발언대로 집행부와 시의회의 협치는 공주시민들에게 ‘복음’이다.

민원이 제기되면 공무원들은 생리적으로 ‘안되는’ 쪽에 힘을 싣는 경우가 많다. 규정과 예산 따지면서 ‘되는거였으면 벌써했지’다. 하지만 시의원들은 ‘뭔가 길이 있을거야’로 접근한다. 선출직과 신분보장직의 차이로 돌리면 마음이 서글퍼진다.

나서서 해결해 보려는 의지를 주문처럼 외치던 이창선 의원의 목에 섰던 붉은 핏대가 여전히 잔영으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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