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둑 성토용 돌무더기 이달초 장맛비에 노출…공사현장 개울물 산성화

황철석이 뒤썪인 문제의 광석이 저수지 둑 성토용으로 공사현장에 쌓여 있다.
대원지구 농촌용수개발사업 공사현장 전경. 왼쪽 물너미보 설치 구간 파란색 비닐로 뒤덮인 곳에서 문제의 황철석으로 추정되는 광석이 쏟아져 나왔다.

(동양일보 이종억 기자) 보은지역 다목적 농촌용수개발 공사현장에서 황철석으로 추정되는 광물질이 빗물에 씻기면서 강한 산성을 띤 시뻘건 녹물을 쏟아내 하류지역 마을에 비상이 걸렸다.

19일 보은군 산외면 대원리 주민들에 따르면 이 마을 북쪽에서 진행 중인 대원지구 다목적 농촌용수개발용 저수지 건설현장에 쌓아놓은 8000㎥ 가량의 돌무더기가 지난 3~4일 내린 장맛비에 노출됐다.

이로 인해 맑은 물이 흐르던 공사현장 옆 도랑은 붉은 색을 띤 녹물로 변해버렸다.

시공업체가 곧바로 비닐덮개로 돌무더기를 덮어씌우는 등 응급조치에 나섰으나 이미 상당수의 녹물이 하류로 흘러내려간 뒤였다.

뿐만 아니라 문제의 돌무더기 일부가 공사현장에서 1㎞ 가량 떨어진 지역주민 A(55)씨의 토지 복토용으로 사용되는 바람에 이곳에서도 녹물이 흘러나와 벼가 자라고 있는 인근 B(72)씨의 논이 오염됐다.

시공업체가 당시 녹물이 흘러나오는 돌무더기 부근의 수질을 검사한 결과 산도 2.3 정도로 측정돼 강한 산성을 띠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이 돌무더기의 정체에 대해 “공사현장 측면 산을 깎아내면서 나온 흙더미로 저수지 둑을 쌓는데 사용할 목적으로 현장에 모아놓은 것”이라며 “정확한 광물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녹물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황철석 성분이 많은 돌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황철석은 땅속에 있을 경우 화학 반응을 일으키지 않지만 지표면에 노출되면서 물과 산소를 만나면 강한 산성수를 만들어 주변의 동·식물을 모두 죽게 만든다.

시공업체는 산성수를 중화시키기 위해 알칼리성 성분인 석회석을 녹물이 흐르는 도랑에 뿌리고 하류에 차단벽을 설치하는 등 환경피해 방지에 나섰다.

그러나 녹물이 휩쓸고 간 저수지 공사현장 하류 100여m구간 도랑에는 물고기 한 마리 찾아볼 수 없었다. 도랑에 노출된 돌덩이는 붉게 물들어 있고 드문드문 백화현상도 나타나고 있었다.

이 공사를 발주한 한국농어촌공사 보은지사 관계자는 “정확한 광물성분 분석 결과 황철석으로 확인되면 문제의 돌무더기를 폐기처분하고 외지에서 점토와 함께 성토용 흙을 가져올 계획”이라며 “문제의 돌무더기가 나온 공사현장 절개지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원리 마을 주민들은 “1990년대 초에도 마을 뒷산 쪽에 임도가 개설되면서 잘려나간 절개지의 황철석이 노출돼 계곡물이 벌겋게 오염됐었다”며 “저수지 공사 현장의 황철석을 철저하게 폐기처분하고, 절개지에 대한 보강공사도 완벽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보은 이종억 기자

대원지구 농촌용수개발 사업 현장에서 흘러나온 녹물로 인근 도랑이 벌겋게 물들어 있다.
대원지구 농촌용수개발 사업 현장에서 흘러나온 녹물로 인근 도랑이 벌겋게 물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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