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진 병무청사회복무연수센터 전문강사

류수진 <병무청사회복무연수센터 전문강사>

푸른 물결이 출렁이는 6월의 끝자락, 2년 전 바로 이맘 때 설레는 마음으로 사회복무요원 교육생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병무청 사회복무연수센터 진입로를 따라 펼쳐지는 초록빛 산자락 풍경은 마치 엄마 품처럼 교육생들의 어설픈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듯하다. 낯설고 떨리기만 했던 ‘처음’이라는 시간은 저 멀리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사회복무요원들과의 만남 하나하나가 새로운 추억과 감동으로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사회복무연수센터에서 강의를 이어오며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이 많다. 그 중 하나, ‘변화’는 소통과 공감 속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사회복무요원 교육생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인가는 나의 가장 큰 숙제이자 부담이었다.

교육 첫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회복무요원들의 첫인상은 피곤함에 지쳐있는 모습 그 자체였다. 마음이 짠하게 다가왔다.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하루하루 수업을 준비할 때마다 그들에게 무엇을 남겨야 할지 어렵기만 했다. 더 많은 공부와 스킬을 쌓아야겠다고 고민하면서 강의시간을 맞이했다. 주제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졌을 법한 수업, 역시 교육생들의 무표정과 무관심속에 한 시간의 수업은 힘겹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쉬는 시간 교육생들에게 용기를 내어 다가갔다.

“많이 피곤하시죠?” “오늘 점심 메뉴는요?” 2~3분간 웃으며 짧은 대화를 나눈 뒤 수업을 이어갔다. 교육생들의 반응이 점점 달라졌다. 나의 물음에 교육생들은 호응하며 공감하는 수업분위기로 새롭게 변해 갔다.

심도 있는 내용과 능숙한 강의 스킬만이 교육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금 더 소통하고 조금 더 웃어주며 다가갈 때 마음이 열리는 모습을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소통과 공감, 경청과 나눔이 변화의 시작임을 알게 됐다.

또 다른 하나는 사회복지시설, 지하철 등 힘들고 소외된 곳에서 헌신하는 사회복무요원들에게 느끼는 감사함과 강의를 통해 교육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강사로서의 뿌듯함이다.

사회복무요원하면 주민 센터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여겨지지만 자치단체, 교육기관, 복지기관, 관공서 등 생활주변 가까이에 있는 작은 시설까지 그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사회 곳곳에서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들을 담당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을 교육하는 중심에 사회복무연수센터가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열정적인 직원들의 수고로움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교육생들의 고충과 상처를 읽고 어루만져 주는 상담역도 맡고 있다.

현역복무를 하다가 몸이 아파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하게 된 사람부터 마음이 아픈 교육생, 집안이 어렵거나 복무기관에서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교육생 등. 그들의 많은 이야기를 들어주며 터득한 강의와 상담 스킬은 바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답을 먼저 제시하기보다 서로 소통하며 공감하고, 함께 고민하다 보면 서로 힘이 되어 자연스럽게 해결 방법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부터가 또 다른 변화의 첫 걸음이고 그 시작이다. 이곳을 거쳐 간 사회복무요원들의 삶에 자긍심과 사명감이 가득하길 기대한다. 짧은 만남이지만 단 한 사람에게라도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교육과 나눔이 되었다면 그 어느 때보다도 가치 있는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교육을 마치고 복무기관에 배치된 교육생들이 고맙다며 연락을 해올 때 강사로서 보람을 느낀다. 지금 이 순간, 사회 각 분야에서 헌신하고 있는 수많은 사회복무요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그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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