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때 이른 폭염이 10여일 째 전국을 가마솥처럼 달구고 있다.

23일 아침 최저 기온이 현대적인 기상관측 시스템이 도입된 이래 111년 만에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절기상 1년 중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인 이날 오전 6시 45분 현재 강릉의 기온은 31.0도였다. 1907년 이래 전국적으로 역대 가장 높은 최저 기온이다.

111년간 전국에서 아침 최저 기온이 30도를 넘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2013년 8월 8일 강릉의 30.9도가 지금까지 가장 높은 최저 기온으로 기록돼 있었다. 이날 아침 서울의 최저 온도는 29.2도로 역시 서울에서 관측 이래 가장 높다.

열대야의 기준은 25도다. 오후 6시 1분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면 열대야라고 부른다.

울진 29.3도, 포항 29.0도, 수원 28.2도, 부산 27.5도, 대구 27.4도, 청주 27.4도, 광주 26.0도, 제주 27.0도 등에서도 열대야가 나타났다.

밤 최저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열대야가 10일 이상 지속하면서 사람과 가축은 물론 농작물, 양식어류 등에도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기록적인 폭염으로 올해 전국에서 956명의 온열 질환가 발생해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15~20일 사이에 발생한 온열 질환자만 469명으로 집계됐다.

세종시에서는 지난 16일 보도블록 교체작업을 하던 30대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다음날 숨졌다. 가축피해도 잇따라 충북에선 지난 20일까지 더위에 약한 닭 7만934마리(28농가), 돼지 95마리(6농가) 등 7만10299마리의 가축이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충남은 더욱 심각하다. 137개 농가에서 닭과 돼지, 메추리 등 20만8930마리의 가축이 폭염으로 죽어 집계된 피해 추산액만 10억9800만원에 달했다.

문제는 불볕더위가 앞으로 최장 한 달 간 이어져 피해가 훨씬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올 장마가 시작 14일 만인 지난 9일 조기에 끝나면서 33도 이상 찜통더위의 지속 기간이 역대 최장(33.1일)인 1994년의 기록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 무더위가 예년보다 열흘가량 일찍 시작된 데다, 비 예보도 없어 당분간 참기 힘든 무더위가 계속될 것인 만큼 모두가 피해 최소화를 위해 단단히 대비할 때다.

정부와 지자체가 홀몸노인이나 거동 불편 장애인, 노숙인 등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세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그간 의례적으로 하던 형식적 조처가 아니라 취약계층에 확실한 도움이 될 구체적 대책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상 이변과 정도와 빈도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인 만큼 범정부 차원의 중장기 종합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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