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반 영 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며칠전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두 청년이 대화를 하는데 계속 ‘존나, 18, 개자식’ 등 여러 종류의 욕을 섞어가면서 화가난 것도 아닌데 평범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얼마전 친구가 보내준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폭언하는 젊은이의 동영상을 보니 오장육부가 뒤틀릴 지경이다. 요즈음 갈수록 비어나 막말의 사용이 일상생활 속에서 급속도로 늘어나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방송, 정치권, 법정, 학교, 사회 곳곳에서 인격 모욕적 언어가 난무하고 있다. 어쩌다 우리사회가 이렇게 말의 절제를 잃고, 남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게 되었는지 한탄스럽다. 아름다운 우리말이 오염되기 시작하더니 상소리, 육두문자, 입에 담지못할 말들을 거침없이 방송매체에서까지 마구 지껄여대어 가정을, 청소년들을, 사회를 병들게 하고있다. 폭언 후에는 대부분 난폭한 행위가 뒤따른다. 폭언과 폭행의 관계는 서로 서로 상승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소한 말싸움이 폭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말싸움을 보면 서로 대화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당신이, 또는 네가 뭔데 반말이야!' 하면서 살벌한 분위기로 돌변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결국 이 반말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부부가 대화를 하면서도 ‘너, 야!' 하면서 서로 말을 낮추어버리니 한 편으로는 가깝고 다정한 느낌이 들지만 존댓말을 하는 부부보다 싸우는 경우가 더 많다. 존댓말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미이다. 존댓말을 하면 말도 부드러워지고 다툼이 줄어든다. 말을 함부로 하거나 반말을 하다보면 막말을 하게 되고 욕설과 폭력으로 이어져 안건관계도 소원해지면서 감정 싸움이 자리를 잡는다. 존댓말과 막말을 복장에 비유하기도 한다. 존댓말을 쓴다는 것은 고운 옷이나 정장차림을 하고 어디에 앉을 때 자리를 닦거나 손수건이라도 깔고 조신하게 앉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반말이나 막말은 헌 옷이나 작업복을 입었을 때처럼 땅바닥이나 아무 곳에 덥석 앉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존댓말을 주고받으면 서로를 존중하게 되고 대화시 짜증과 화도 줄어들며 높았던 억양도 낮아질 것이다. 사회생활에서도 호칭을 격상하고 존댓말을 쓴다면 서로를 존중하게 되어 부딪침이 줄어들게 틀림없다. 독일에서는 학생들끼리 언성이 높아지면 서로가 주고받던 반말을 갑자기 존댓말로 바꾼다고 한다. 그러면 다툼이 싱겁게 끝난다고 하니 부러울 뿐이다. 독일은 군대에서까지 군사언어로 반말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네 친구인 장교와 사병이 만났더라도 제삼자가 있는 자리에서는 존대어를 사용한다니 우리 사회와 대조가 된다. 우리나라 군대에서는 위계질서가 엄격하여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지시할 때는 명령적이며 반말을 한다. 길을 걷다보면 많은 학생들이 대화를 하는데 욕설이 일반화 되어있다. 친구들이 같이 욕설을 하지 않으면 끼워주지도 않는다는 풍토이다. 이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언어순화운동’이 시급히 확산되어야 한다. 인간은 태어나서 옹알이로 시작한 말이 죽을 때는 유언의 말로 끝맺음을 한다. 우리의 말속에는 영혼이 들어 있다. 그래서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나왔다. 우리가 막 살 수 없듯이 말도 막말을 할 수가 없지 않은가. 국립국어원이 청소년 언어실태 연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초등생 97% 중고등학생은 99-100%가 비속어 등 공격적인 언어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청소년들에게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막말하는 아이는 없다. 모두 주위 어른들을 통해 배우고 있는 것이다. 나쁜 언어는 전염병과 같다. 쉽게 퍼지고, 한 번 감염되면 좀처럼 낫지 않는다. 생각이나 마음이 언어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언어가 행동이나 가치관을 결정하기도 한다. 때문에 영향력이 큰 연예인이나 사회지도층, 교사, 부모들의 막말을 단순히 개인의 교양과 인격 문제로 돌려서는 안 된다. 특히 방송과 학교, 가정에서의 언어 사용은 청소년들의 언어 습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우리 사회의 품격을 격상시킬 수 있는 여러 방안 중 하나가 언어순화운동이다. 요즈음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샘’이 만2세인 아들 ‘윌리엄’에게 말을 걸면 말끝마다 애교섞인 콧소리로 “네에”하고 꼬박꼬박 존댓말로 대답하는 것을 볼때마다 귀엽고 언어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되새기게 된다. 지속적인 언어순화운동이 자녀와 청소년교육과 더불어 어른들의 언어에 대한 모범적인 실천이 절실하다. 품위 있는 사회와 인간관계는 언어로 시작돼 언어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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