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기 청주시차량등록사업소 주무관

홍영기 청주시차량등록사업소 주무관

생활을 하다 보면 좋은 일, 나쁜 일 등 수많은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쁜 일 보다 좋은 일을 더 기억하고 싶어 할 것이다.

내가 청주시청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한 지도 이제 15년에 접어들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청주시에서 기능직 공무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한 것이 공직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가 됐다.

처음 발령지는 지금의 하수처리과 분뇨처리장이다. 이런 말을 하면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분뇨처리장에서 일을 하면서 근무환경이 혐오스럽다거나 기피해야 할 시설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일자리를 알아보며 앞이 보이지 않아 어두웠던 때와 달리 일을 해 가장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보람이 더 컸을 것이라 느꼈던 것에 따른 것이라 생각한다.

얼마 되지 않는 공무원 생활을 돌이켜 보면 선배들처럼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니지만 머릿속에 남는 경험이 있다.

첫째는 분뇨처리장에서 근무할 때다.

분뇨처리장에서 근무하다 기계에 걸린 아기 팔찌를 발견하고 습득했는데 팔찌 뒤를 보니 아이 이름과 연락처가 있어 팔찌를 찾아준 적이 있다.

그때 나도 아이가 어려 부모 입장에서 찾아준 것인데 팔찌를 찾은 부모가 찾아와 감사 인사를 꾸벅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지만 지금도 아내와 종종 그 때의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다음은 상수도사업소 시설과에 근무할 때의 일로, 용암동 산 위 가정집에서 상수도가 나오지 않는다는 민원이 발생해 현장을 조사하니 수도관에서 누수가 발생해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다. 가정집으로 들어오는 수도관 PVC 관이 많이 낡아 교체가 필요했다.

때는 5월 중순의 무더운 날이어서 해당 가정집은 상수도가 나오지 않아 불편할 만도 한데 되레 더운데 고생한다고 연신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상수도 수리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뜻밖의 호의를 받으니 미안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직 남은 공무원 생활은 지금까지 생활한 시간보다는 많이 남아 있지만, 퇴직을 한다는 가정 하에 앞의 일처럼 잊지 못할 경험을 몇 번이나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나 자신에게 이렇게 질문한 적이 있다.

결론은 무엇이든 바라지 않고 하는 일에 충실하면 지금까지 보다 더 많이 잊을 수 없는 일이 쌓일 것이고, 어디를 가든 어느 자리에 있든 내가 하는 일에 공무원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더 성실하게 복무한다면 마지막에 시간에 지나온 일들을 뒤돌아 봤을 때 재미있었고 보람된 지난날을 회상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시민을 위한 일이 어떤 것인가를.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