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운 충북도 공보관

박해운 충북도 공보관

인구 감소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며칠 전 모 일간지에 충북도내 모 자치단체의 경우 인구 3만 선이 붕괴될 형편에 놓였다는 기사가 실려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한때 10만 명을 넘나들던 인구가 급기야 3만명 선으로 쪼그라들어 허탈감과 함께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사실 사정이 이렇게 되기까지 해당 자치단체가 뒷짐 지거나 가만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역설적이겠지만 인구 늘리기에 행정력을 총동원하다시피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부애 사랑 플러스 사업, 출산비용 지원, 아이사랑 자녀 건강보험, 보육 양육비 지급과 같은 인센티브 시책을 적극 추진하고, 주민등록 옮기기 운동도 대대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이를 비웃듯 인구는 좀체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몇몇 대도시를 빼고는 다른 자치단체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시・군마다 인구 늘리기가 최대 현안이 되어 경쟁적으로 출산장려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오히려 예산낭비와 같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전남 모 자치단체의 경우 적극적인 출산장려정책으로 출산율은 전국 최고로 끌어올렸지만, 오히려 인구는 해마다 줄고 있다. 이는 원정 출산으로 군에서 시행하는 혜택만 누리고 다시 살던 곳으로 되돌아 가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치단체마다 인구 늘리기에 혈안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정치, 경제, 행정 등 모든 분야 시스템 기준이 인구이기 때문이다. 행정조직도, 지방교부세도, 국회의원을 뽑을 때나 국가 공공정책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도 인구를 기준으로 한다.

예컨대 서울 강남구의 국회의원 수는 셋이다. 강남구 인구는 58만 명으로 충북 괴산군 4만 명보다 14배 정도 많아서 그렇다. 이에 비해 괴산군 국회의원 수는 보은・옥천・영동을 모두 합쳐 한 명이다. 강남구의 12분 1수준인 것이다.

괴산군 면적은 842㎢으로 서울 강남구 면적보다 무려 21배 가량 넓다. 서울시 전체 면적 605.2㎢보다도 1.4배나 넓다. 이 때문에 괴산군은 주민관리 측면에서 서울 강남보다는 덜할지 모르지만 봄・가을 산불 예방활동을 비롯해 봄・여름 가뭄대책, 야생동물 농작물 피해예방, 도로 관리 등 추가적으로 행정력이 필요한 곳이 너무 많다.

행여나 구제역이나 AI와 같은 가축전염병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군 전체는 초비상 상태이다. 서울 강남구가 겪어보지 못한 전혀 생소한 일들을 괴산군에서는 몸부림 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인구가 줄수록 1인당 관리면적 부담은 더욱 늘어났기 때문이다.

도로를 내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예산만 허락된다면 서울과 같은 수도권에서 길 내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하지만 괴산군 같은 곳은 용을 쓰고 기를 써도 될까 말까이다. B/C, 그러니까 경제성 분석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사업 추진이 가능한데 그러려면 인구가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지방 대학의 수도권 이전과 같은 지역에 급한 현안이 발생해 이를 막고자 해도 국회의원이 수도권 국회의원 수보다 월등히 적어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더욱이 인구가 줄수록 지방 중소도시는 지방교부세가 줄거나 각종 공공정책에서 소외될까봐 노심초사이다.

바야흐로 지방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 부르짖으며 지방 살리기에 이구동성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아득하다. 20~30년 전까지만 해도 국가정책이나 정치 시스템에 인구를 기준하는 것은 일면 타당했다.

그런데 상황이 너무나 달라졌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날로 벌어져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굳어졌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시대에 맞게 국가의 공공정책 시행의 기초를 인구에서 좇을 게 아니라 1인당 행정구역 관리면적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어쩌면 지방자치도 우선 지방을 살리고 나서야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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