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황 논설위원/시인

나기황 논설위원/시인

여느 때라면 바글바글 인산인해를 이뤘을 한 낮 해수욕장이 텅텅 비어 있다. 맨발로 불판 위를 걷는 것처럼 백사장이 후끈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더워도 너무 더운 날씨 탓이다.

해묵은 논쟁이지만 무더위의 원흉은 ‘지구온난화현상’이다. 지구의 대기층이 제때 창문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머물면서 소위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의 폐해는 이미 재앙이 되고 있다. 견디기 어려울 만큼 무더워진 여름, 따뜻해진 겨울,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쓰나미, 태풍과 폭우, 극심한 폭염 등이 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이대로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2050년에는 동. 식물의 15~37%가 멸종할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답은 나와 있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의 배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오래 머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이산화탄소 흡수에 탁월한 ‘맹그로브(mangrove)’와 같은 나무를 심어 숲을 가꾸는 일이다. 맹그로브는 '지구의 탄소 저장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탄소흡수율이 높아 맹그로브 숲 복원은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 되고 있다.

오늘이 유네스코 총회에서 정한 ‘국제맹그로브 생태계보존의 날-International Day for the Conversation of the Mangrove Ecosystem' 이다.

맹그로브’는 열대, 아열대 지방의 갯벌에서 서식하는 식물군을 총칭하는데 여러모로 특이하고 유용한 나무다. 거미다리처럼 뿌리를 밖으로 내놓고 호흡하며 약한 개흙(뻘)을 잡아줘서 토양이 유실되는 것을 막아주고, 쓰나미, 폭풍해일, 홍수의 영향을 70~90%까지 감소시켜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번식방법도 독특하다. 씨앗을 통해 번식하는 다른 식물들과 달리 맹그로브는 ‘새끼를 낳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주아(珠芽)’라고 불리는 작은 나무형태의 개체를 키워낸 다음, 이를 바다에 직접 떨어뜨려 번식한다.

맹그로브 나무의 강점은 무엇보다 탄소흡수량에 있다.

전 세계 맹그로브 숲이 흡수하는 연간 이산화탄소량이 2,280만 톤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국내자동차 약 500만대 운행(연간 2만km 주행기준), 비행기로 서울-LA를 약 150만회 왕복하는 탄소량과 같다.

맹그로브 숲의 이점은 또 있다. 생태계의 50%가 아열대에 몰려 있는 자연생태계의 보호막역할을 하고 있다. 무성하게 우거진 뿌리와 그늘, 무엇보다 ​특별한 포식자가 없는 안전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물고기가 안심하고 알을 낳고 치어가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촌 곳곳에서 맹그로브 숲의 재생을 목표로 한 시도 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방글라데시 순다르반 지역의 맹그로브 숲, ‘아시아의 허파’로 불리는 이 숲의 복원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태국에서는 ‘고 그린(Go green)체험투어’의 일환으로 맹그로브를 심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생활 속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실천 방법들도 소개되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뽑는다든지, 냉난방기, 컴퓨터, TV 이용시간 줄이기. 3층 이하의 건물은 계단이용하기 등등이다.

맞다,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라도 우리자신이 맹그로브의 작은 ‘주아(珠芽)’가 되어 생활 속에서 ‘맹그로브 숲’을 가꿔간다면 언젠가 시원한 여름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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