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혜 청주시흥덕구환경위생과 주무관

박지혜  청주시흥덕구환경위생과 주무관
박지혜 청주시흥덕구환경위생과 주무관

 

우리가 삶 속에서 느끼는 대부분의 기쁨은 인간관계 속에서 생겨나고 또한 대부분의 고민도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함께하는 기쁨과 군중 속의 고독이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인간관계의 입구는 바로 ‘존경’에 있다.

국어사전은 ‘존경’을 ‘남의 인격, 사상, 행위 따위를 받들어 공경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인격이 바르고 사상이 남들보다 뛰어나며 목표를 위해 남들이 하지 못하는 행동을 실천하거나 목표를 위해 행동을 절제하는 사람만이 존경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소지가 있지만 존경은 특별한 존재로 한정된 사람만이 아닌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정신적 가치이다.

누구나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즉 나 또한 존경받을 수 있는 것이다. 존경받기에 앞서 내가 나를 존경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내가 나를 존경했을 때 자립적으로 생각하며 올바로 행동하게 될 것이고 이러한 것들이 누적되면 타인으로부터 존경심을 끌어내게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존경은 내가 먼저 줘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존경은 부모님과 형제, 자매를 존경하고 선생님을 존경하며 동료들과 옆집 아이 등 모두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대한다면 그들도 존경이 바탕이 되는 인간관계의 기본방향을 잡고 입구를 찾아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알지만 실천하기가 매우 어렵고 힘든 것이 존경이 아닌가 싶다.

공무원이 된 지 3개월이 막 지나 연가 3일이 생긴 햇병아리인 내가 처음 맡은 업무는 환경개선부담금이다. 4월 말 임용되고 바로 독촉고지서의 달인 5월을 지내면서 집에 가도 전화벨 소리가 울리는 환청을 듣기도 하며 호된 임용식을 치렀다.

다수의 민원인은 전화를 할 때 기본적으로 화가 나 있다. 화를 내며 물어보고 화를 내며 납부한다.

나는 당연하게 기분이 좋지 않다. 처음엔 ‘내가 무엇을 그리 잘못을 했기에 화를 내지?’라는 생각이 하루 종일 떠나지 않았다. 이런 생활이 2주 정도 반복됐을 때 전화벨 소리가 무섭기도 했다. 사실 지금도 이런 생각을 가끔 하긴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았을 때 내가 먼저 민원인을 존경하지 않았다.

불과 5개월 전에 있었던 면접에서 봉사와 청렴을 강조했었던 나는 민원인이 화를 내며 나쁘게 말했다고 해서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해 속으로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서로 상처 주고 또 상처받았다. 지금도 완벽하진 않지만 존경심을 담아 민원인을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확실히 짜증을 담아 대할 때와는 민원인들의 목소리가 많이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존경의 마음을 담게 되면 목소리와 말투도 자연스레 친절해지기 때문에 처음에 민원인은 화를 내며 언성을 높이다가도 끝에는 “수고하세요” 혹은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끝맺음을 한다.

불볕더위로 인한 불쾌지수가 하늘을 찌르는 지금 타인을 존중하며 전보다 성장해 더욱 성숙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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