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청주시상당구농축산경제과 주무관

김상현 청주시상당구농축산경제과 주무관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가족, 친구, 이웃들과 관계를 맺고 유대감을 형성한다. 이 안에서 느끼는 신뢰와 정서적 안정감은 우리의 행복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노력은 자연스러운 본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청렴에 관해 논의할 때 유대감은 경계대상 1호이다.

얼마 전에 흥미로운 실험 영상을 봤다.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카메라를 떨어뜨리고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부탁하는 실험이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교사가 아이들과 전혀 소통하지 않고 유대감이 없는 상태에서 카메라를 떨어뜨렸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부탁했지만 PD가 아이들에게 누가 범인인지 물어봤을 때 아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그 교사가 떨어뜨렸다고 대답했다.

두 번째는 교사가 아이들과 소통하고 놀아주며 유대감을 쌓은 상태에서 카메라를 떨어뜨렸다. 마찬가지로 교사가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부탁했는데 이번에는 아이들이 교사를 보호해주기 위해 누가 범인인지 모른다고 거짓말을 해줬다.

아이들은 모두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유대감의 여부에 따라 행동이 달라졌다. 어린이들의 행동으로부터 유대감이 청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관찰할 수 있는 실험이었다.

여느 사회처럼 청주시도 희소한 자원이나 가치를 두고 경쟁이 이뤄진다. 청주시 공직자들의 역할은 그 경쟁의 룰이 잘 지켜져 청주시가 시민과의 신뢰를 쌓고 경쟁력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경쟁자들이 공직자와 유대감을 쌓기 위해 경쟁한다면 공정성과 신뢰가 무너지는 부패 사회가 될 것이다.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과 공공근로 일자리 사업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공정하게 선정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선정 과정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오히려 가진 사람들이 선정된다.’, ‘계속 선정되는 사람은 빽이 있는 것 아니냐’, ‘아는 사람만 뽑아주는 것 아니냐’라는 식이다.

이렇게 시민들의 불신을 실감할 때면 공직자와 시민 간의 신뢰 수준을 높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도 일자리라는 자원을 두고 혹여나 공정한 선정이 해쳐지지 않을까 염려해 다시 살펴본다.

청렴한 일처리가 까다로운 이유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인 유대감을 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지연, 학연 등 각종 연이 만연하고 그것을 중요하게 느끼는 사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직자에게 이런 연결고리를 외면하고 꼿꼿하고 공평무사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더욱 외로운 일이다.

연고주의 문화에 길들여진 삶을 돌아보고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청렴의 시작일 것이다.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따뜻한 정도 좋지만 쿨(cool)한 공직자의 자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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