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논설위원 청주대명예교수

박종호 논설위원/ 청주대명예교수

사회가 학교, 조직, 가정, 여성, 심지어 데이트 폭력 등, 양육강식의 정글사회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폭력이 난무하고 있는 터에 그 연장선상 내지 같은 유형의 폭력이라 할 수 있는 인간학대의 먹구름에 신음하고 있다. 힘없는 노인들이 자신들이 낳아 길러준 자식들로부터 반인륜적인 천대를 받고, 어린이 집에 맡겨진 유아들이 그것도 사랑과 인격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교사들로부터 폭력 및 완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지난 6월 15일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노인 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국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 학대 신고건수는 2017년 기준 1만 3309건으로 집계되었고 이 가운데 노인학대로 판정된 것은 4622건(34.7%)이었다. 2016년 4280건에서 8.0% 늘어난 숫자이다. 성별로는 여성이 3460명(74.9%), 남성이 1162명(25.1%)이다. 이 중 치매노인은 1122명으로 전체의 24.3%에 달했다.

어떤 아들(51)은 깨어 달라는 시간에 맞춰 깨어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75세의 노모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머리를 때렸고, 어떤 아들(43)은 71세의 노모와 대화를 하다가 언성이 높아지자 어머니의 멱살을 잡고 도로변으로 끌어낸 뒤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주먹으로 때렸단다. 자식들에 의한 갖가지 욕설, 폭행, 위협, 무시, 방치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학대행위가 때와 곳을 가리지 않고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유형별로는 정서적 학대(42.0%), 신체적 학대(36.4%), 방임(8.9%) 순이었다. 노인학대의 가해자로는 아들이 가장 많았고(37.5%) 그 다음이 배우자(24.8%,60세 이상의 고령자가 노인을 학대하는 소위 ‘노-노학대 포함’)였으며, 기관(13.3%), 딸(8.3%)의 순이었다. 2017년 보건복지부의 노인 실태조사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의 9.8%가 학대를 당하였다고 답변하였다. 노인인구를 735만 명으로 계산하면 연간 72만 여명에 달하는 수치이다. 그런데도 노인보호기관에 신고 된 건수는 매년 1만 여건에 불과하단다. 많은 노인들이 학대피해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어린이집에 맡겨진 유아들이 교사들로부터 학대를 받고 있다. 2015년에는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 교사에 의해 ‘핵주먹’을 맞은 사건 이후 어린이집에서의 유아학대 실태가 끊임없이 폭로되고 있다. 2017년에는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유아의 귀를 잡고 들어 올리는 끔찍한 학대사건이 발생하였고 2018년에는 유아를 성인의 교사가 무릎으로 폭행을 가하는가 하면 학대 현장이 찍히지 않도록 CCTV를 등지고 손찌검을 하는 장면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는 등 크고 작은 유아학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신체적 우위를 이용하여 존엄한 존재인 인간에게 주먹, 발, 기구 등으로 육체적인 위협, 협박 및 손상 등을 가하는 것은 사회를 무법 및 무규범 사회로 만드는 것임은 물론 인간 스스로는 인간다운 인간이기를 포기한 인간자격 상실자가 되는 것이며 사회적으로는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터전인 사회를 무법, 무규범의 무대로 만드는 비인격적, 반사회적 만행인 것이다. 한마디로 학대는 짐승세계에서나 존재할 수 있는 형이하학적 행동이다. 그렇기에 인간학대는 어떠한 경우라도 정당화 될 수 없다. 인간은 짐승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고 사고하는 능력을 가지고 합리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이성적인 존재이다. 인간들은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인간이 어찌 만물의 영장인 인류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학대라는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자신을 낳아 길러주신 하늘같은 부모님께 힘의 우위를 이용하여 폭행을 일삼고 폭력을 마구 행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티 없이 맑고 천진난만하며 아직은 천지분별을 할 수 없는 미숙한 상태의 유아들에게 짐승세계에서나 자행될 수 있는 학대행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러고서도 자신을 인격을 갖춘 인간이라 할 수 있고 자녀를 가진 어머니라 할 수 있단 말인가.

노인 및 유아 등의 학대는 인륜과 도덕을 저버림으로써 사회의 근본을 무너뜨리는 행위이다. 사회 잡초로서의 행동이다. 때문에 더 이상 묵인되거나 방치되어서는 아니 된다. 사회에 결코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와 사회를 비롯하여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 특히 정부는 국민의 안녕확보를 핵심 임무로 한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예방과 치유에 앞장서야 한다. 법과 제도를 정비 내지 강화하고 철저히 집행하여야 한다.

인간학대야 말로 인간으로서 가장 비겁하고 야만적이며 형이하학적인 행동이다. 근절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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