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성 < 청주시복대1동주민센터 주무관

권용성 <청주시복대1동주민센터 주무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제러미 벤담이 이론화한 공리주의의 명제로, 개인의 삶의 목표는 행복이며, 개인의 집합인 사회집단에서의 행복은 다수가 이를 향유하는 것이라는 원리이다. 개인의 희생으로 인해 사회집단의 얻는 행복이 더 클 경우 개인의 희생을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나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경제학을 배움에 있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명제는 나에게 배움의 핵심이자 삶의 지침과도 같았다. 나는 누구보다 행복에 무뎠기에 나보다 가족의 행복, 주변의 행복을 우선시했다. 그것이 합리적이었으며, 공리주의에 입각하는 배움의 실천이기 때문이었다.

가족과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나에게 가능한 그들의 행복이었기에 나는 그에 부응하기 위한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나는 더욱 나의 행복을 옥죄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는 행복에 대한 나의 믿음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가족과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어 일본으로 도피했다.

교환학생이라는 명목 아래에 일본에서 공리주의의 가르침을 등지고, 나의 행복을 찾고자 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수업을 땡땡이치고 공원에서 책을 읽거나 학교에서 일본인 친구들과 모여 바비큐를 하거나 겨울에는 학교를 빠지고 일주일에 걸쳐 혼자서 여행하곤 했다.

이렇듯 일본에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공리주의의 원리에만 몰두한 나머지 다른 중요한 것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나 자신이 행복해야 타인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 나의 행복도 포함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되는 것이 나의 행복이었기에, 국민의 봉사자인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택하게 됐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직무를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창의와 성실로써 맡은 바 책무를 완수하여야 한다.’

공무원 복무 강령 중 제일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이다. 공직에 들어서기 전 국민의 행복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했고, 복무 강령을 통해 내 나름대로 기준을 세울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공직에 입문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처음에는 미숙한 업무 처리로 민원인에게 불편을 끼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무원 복무 강령을 가슴속에 되뇌며 국민과 나의 행복을 위해 노력했다. 언제부터인가 업무에 익숙해지면서 나의 서비스로 인한 민원인의 행복이 여과 없이 나의 행복으로 전해져 옴을 느끼게 됐다. 출생신고 후 주민등록등본에 등록된 아기의 이름을 보고 함박웃음을 짓는 민원인, 인생의 첫 주민등록증을 받고 신기해하는 민원인 등 그들의 행복을 통해 나는 행복해진다. 오늘도 나는 나의 행복을 위해, 민원인을 웃으며 맞는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