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충북도의 안일한 주택정책 때문에 서민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면 이해가 될까. 도는 임대아파트를 건립하겠다고 제안한 민간 사업자에게 적체된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우선해야 한다며 끝내 불수용을 결정, 거센 후폭풍에 직면하게 됐다.

미분양아파트를 목전에 두고 신규 아파트 건립을 승인하자니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거부하자니 사업자나 지주, 입주희망자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고... 진퇴양난에 처한 도의 입장을 이해못하는 건 아니다.

충북도가 지난 6월 현재 집계한 도내 미분양 아파트는 5288세대다. 이중 수부도시인 청주에 3072세대가 몰려 있다. 여기에 올 하반기 청주 탑동2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 등 4곳의 3428세대와 청주 동남지구 489세대를 합쳐 3917세대가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확인 결과 탑동2구역과 동남지구 등은 공급시기가 내년으로 늦춰지거나 하반기 공급 관망세로 돌아서 공급물량은 당초 예상보다 미미한 수준인 몇 백 세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공급시기가 늦춰지는 만큼 현재 쌓여 있는 미분양 아파트 해소에 시간을 번 셈이다.

여기까지는 민간 사업자들이 공급한 분양아파트 얘기다. 이들은 대부분 중대형이고 서민을 위한 소형아파트는 그리 많지 않다. 최근엔 민간 사업자들도 불황 타개책으로 '5년 임대 후 분양’ 전략을 세워 주택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업체들이 공급방식을 분양에서 임대로 전환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따른 것이다. 누가 강요해서 한 것도 아니고 오직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카드인 셈이다.

그런데 같은 아파트라도 소형임대아파트에, 그것도 ‘선 시공 후 분양’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더욱이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10%씩 20%가 의무 할당되고 가격도 시중가보다 20% 싸게 공급된다면 지자체에서 이를 마다하고 도와주지 않을 명분이 없다. 임대기간도 8년으로 전세금만 내면 월세 없이 살 수 있는 호조건이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이 전개됐다. 최근 충북도가 민간공공임대아파트 건립 계획을 거부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주)씨제이앤 등 2개 시행사는 청주시 사천동 일원 새터지구 17만8449㎡(5만4000여평)에 총 사업비 7670억원을 들여 ‘기업형공공임대아파트’를 짓기로 하고 촉진지구 지정을 충북도에 제안했다.

이 곳에 소형 평수인 18·24·27·29평형 3162세대(임대 2382·분양 770·단독주택 10세대)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입주희망자만 6000여명이 넘을 정도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청주에는 LH를 제외하곤 민간 사업자가 소형 임대아파트를 공급하지 않아 시중에는 눈을 씻고 찾아 볼래야 볼 수 없는 실정이다.

또 이곳은 지리적으로 청주산단과 한창 조성중인 청주테크노폴리스와 불과 5~10분 거리에 있어 당연히 근로자들의 기대를 증폭시키기에 충분한 여건이다.

정부 시책에 따라 민간 사업자가 충북에서 처음 추진하는 기업형공공임대아파트 건립사업임에도 충북도의 외눈박이 현실인식에 의한 규제행정으로 서민들만 한숨을 쉬게 된 것이다.

심각한 것은 임대아파트가 미분양아파트 통계에 잡히지 않는데도 충북도가 이를 무시하고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이다. 임대아파트는 민·관 누가 공급하든 서민 등 주거약자를 위한 거주공간이어서 미분양 통계애서 빗겨나 있다.

또 올 하반기 청주에 공급될 예상 물량도 잘해야 수백세대에 불과한데 충북도는 3917세대라고 뻥튀기했다. 충북도가 공급물량 파악에 소홀히 했거나 민간임대아파트 사업을 막기 위해 고의로 물량을 부풀렸다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윗사람 눈치만 보며 미분양 아파트 해소라는 목표에만 매달렸지 하반기 공급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을 감안치 않은 탁상행정이 가져온 결과라고 지적한다.

우려되는 것은 충북도의 부결이 가져올 파장이다. 벌써 사업자, 지주, 입주희망자들은 도의 처분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부글거리고 있다. 무엇이 서민을 위한 진정한 행정인지, 늦었지만 충북도가 솔로몬의 지혜를 꺼내 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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