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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 지방도시의 불편한 진실
동양칼럼/ 지방도시의 불편한 진실
  • 이경용
  • 승인 2018.08.08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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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용 전 금강유역환경청장
이경용 전 금강유역환경청장

몇 년 전 마스다 히로야가 쓴 ‘지방소멸’이란 책이 국내에 소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일본 도시들의 소멸 가능성을 측정하기 위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와 ‘20∼39세 여성 인구’를 비교했다. 그리고 여성 인구가 노인 인구의 절반에 미달하는 경우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40년에는 일본의 지자체중 절반 정도인 896개의 지자체가 소멸위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국내의 한 언론사가 우리나라 도시의 소멸 가능성을 예측했다. 분석 결과, 전국 228개 지자체 중에서 30%(85개) 정도가 소멸할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다. 충북에서는 괴산군, 보은군 등 5개 군이 포함되었다.

2040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0년 조금 더 지나면 우리나라 지자체의 30% 정도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얘기이다.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인구통계 지표를 조금만 검토하여도 이러한 사실이 쉽게 입증된다. 우선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는 2017년을 정점으로 이미 감소 추세로 전환되었다. 돈을 벌 수 있는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인구가 가장 많아지는 시기는 2032년이다. 정확히 14년 뒤의 일이다. 그 이후부터는 인구가 매년 줄어든다.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정부는 지금 추세라면 2030년부터 30년간 우리나라 인구의 약 15%가 줄어든다고 예측했다.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인구의 소멸시점(인구가 ‘0’이 되는 시점)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전남 고흥군의 경우, 과거 20년 동안의 인구변동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2040년이 되면 인구가 ‘0’이 된다고 한다. 올해 고흥군에서 태어난 아기가 성인이 될 즈음 고흥군이라는 이름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인구가 적으면 적으로 대로 남은 사람들이 모여 오순도순 잘 살면 되지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인구 감소의 문제는 단순히 인구통계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지나친 인구감소는 필연적으로 도시 활력의 저하로 이어진다. 도시의 물리적 환경은 통상적으로 인구수에 맞추어 계획되기 마련이다. 늘어나는 인구만큼 주택이나 도로, 상하수도나 문화시설을 건설하게 된다. 인구의 증가로 이런 시설들이 모자라면 추가로 설치하게 된다. 반대로 인구가 감소하면 이러한 각종 개발사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감소된 인구에 맞추어 각종 인프라를 줄일 수도 없다. 인구가 줄었다고 주택을 없애고, 공장을 부수고, 공원을 줄이는 식의 정책을 펼 수는 없다는 뜻이다. 결국 인구가 급속히 쇠퇴하는 지역은 공공인프라가 노후화되기 십상이고, 인구가 빠져나간 주택과 공장은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남게 된다. 지금 대부분의 지방 중소도시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지자체들이 도시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구 증가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자체 인구를 늘리는 것이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단골 공약이 되었다. 하지만 15년쯤 뒤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최대가 되고 그 이후에는 줄어들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어느 한 지역에서의 인구 증가는 다른 지역에서의 인구 감소를 야기하는 제로섬 게임이 될 공산이 크다. 어느 한 쪽의 행복이 다른 한 쪽의 불행이 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놓인 지자체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 예상된다. 어쩌면 앞으로 15년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진짜 소멸도시가 되느냐 마느냐의 운명이 결정될지도 모를 판이다.

문제는 모든 중소도시들이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현재 지방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지방도시 살생부’를 지은 마강래 교수는 ‘인구 유출과 일자리 축소로 점점 쇠락해가는 지방 중소도시를 모두 살리려다가는 우리 모두 공멸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방도시 모두를 살릴 수는 없으니, 성장시켜야 할 곳과 압축시켜야 할 곳을 선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든 도시가 성장할 수는 없다면, 대안은 각 지자체가 가진 독특한 특색을 살려 알맞은 규모로 거듭나는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5년간 50조원을 500곳의 쇠퇴지역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대략 한 곳당 1000억 원 정도다. 막대한 투자이다. 이 막대한 투자가 지방도시의 옥석을 가려 국토균형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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