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준 취재부 부장

조석준 취재부 부장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가습기살균제와 살충제달걀, 발암물질 생리대, 라돈침대, 고혈압약 등 우리 생활 속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피해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 ‘친환경’을 내세운 실내 페인트 제품에서도 피부 발진을 일으키는 유해물질이 검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셀프인테리어족이 크게 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실내용 페인트를 직접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더욱이 친환경이란 말에 아이들과 함께 페인트칠을 하는 집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실내용 페인트 20개 제품을 대상으로 안전성 및 표시실태를 조사한 결과 일반 가정집의 벽이나 천장, 가구 등에 사용하는 실내용 페인트 일부 제품에서 새집증후군 등을 유발할 수 있는 화학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대상 20개 중 19개(95.0%) 제품에서 유럽연합(EU)의 ‘화학물질의 분류·표시·포장에 관한 규정’(CLP 규정)을 초과하는 화학물질이 발견됐다. 이들 물질은 피부 자극,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피부 과민반응 물질명이나 주의 문구를 표시한 제품은 유럽에서 수입된 1개 제품에 불과했다. 국내에는 피부 과민반응 물질 표시기준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EU는 해당 물질이 페인트에 일정 농도 이상 함유돼 있으면 제품 포장에 ‘물질명’과 ‘알레르기 반응 주의’ 문구를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개 제품을 대상으로 용도별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함량을 조사한 결과, 전 제품이 함량 기준(35g/ℓ이하)을 지킨 것으로 나타났지만 유럽연합의 페인트 VOCs 규정(30g/ℓ이하)을 적용했을 때에는 9개 제품이 함량 기준을 초과했다. VOCs는 페인트 화학물질에서 발생하는데 호흡기 자극, 피부 자극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제품의 표시나 광고에서도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인트의 경우 용도분류, VOCs 함유 기준 및 함유량, 제조 또는 수입 일자 등을 용기에 표시해야 하지만 조사 대상 20개 중 13개(65.0%) 제품은 표시사항을 전부 또는 일부 누락되고 있다. 또 조사 대상 20개 중 17개(85.0%)는 VOCs가 함유돼 있는데도 ‘제로(ZERO) VOC’라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유해 화학물질 함유에도 ‘인체 무해’, ‘무독성’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처럼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예방책은커녕 관련된 안전 기준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채 언제까지 쳇바퀴처럼 소 잃고 외양간만 고칠지 답답하다. 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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