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의회사무과 직원 등 폭염피해 농심 외면 부산행

(동양일보 박호현 기자) 사상 초유의 폭염이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청양군의회가 의정연수를 감행, 구설수에 올랐다.

군 의회는 지난 8~10일 의원 7명 전원과 의회 행정사무과 직원 4명 등 11명이 2박3일간의 일정으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모 호텔에서 진행된 의정연수를 다녀왔다. 연수목적은 의정활동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특성화사업 성공사례 등을 견학해 의정활동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연수에 소요된 경비는 1인당 66만6000원씩 청양군이 전액 지방비로 지원했으며, 모두 732만6000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하지만 세부일정표를 보면 의원 역량강화 실무 등 직무교육은 9일 4시간, 10일 2시간 40분 등 모두 6시간 40분뿐이고, 이밖에 일정은 8일 4시간 30분간의 도심정비·재생사업 현장견학 및 자갈치시장 비교견학 외에는 대부분 식사를 겸한 개별일정으로 짜여졌다.

이를 두고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비난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연수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하필이면 최악의 폭염에다 가뭄으로 가축 피해가 늘어나고 농작물이 타들어가 농심이 멍들어가고 있는 시점에 다급한 지역현안을 뒤로한 채 꼭 의정연수를 갔다 와야 했느냐는 것이다.

여기다 당초 오는 24일 떠나는 걸로 잡혀 있던 연수일정을 이장한마음대회와 겹치자 폭염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8일로 변경, 행사에 참석해 얼굴을 알리는 것보다 까맣게 타들어가는 농민들의 절박함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현재 청양군내에서는 수 만 마리의 닭들이 떼죽음을 당하는가하면, 13ha에 이르는 면적의 농작물이 가뭄 피해를 입는 등 폭염 및 가뭄 피해사례가 속속 늘어나고 있으며, 농민들은 폭염과 가뭄에 대처하느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청양읍 최모(50)씨는 “농작물은 타들어가고 있는데 어찌할 방법도 없고, 내일이라도 비가 내렸으면 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군 의원들이 지역에서 기력을 잃어가는 농민들과 고통을 함께 하며 사기를 북돋워주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급선무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굳이 직원들을 대동하고 제주도나 동해안 등 관광지 등으로 연수를 가야만 공부가 잘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의회사무과 임장빈 과장은 “상반기 일정으로 국내연수가 미리 짜여졌고, 더 이상 변경할 수 없어 추진했는데 뭐가 잘못됐느냐”고 항변했다. 청양 박호현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