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폭력 놀이 문화 확산...오프라인 학폭 수위 높아져

(동양일보 신서희 기자) 성폭력에 무감각한 10대들의 학교폭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10대들 사이에서 디지털 성폭력을 ‘놀이’로 여기는 문화가 퍼지면서 오프라인 상에서도 학교친구들간 성희롱적 발언과 성추행이 벌어지고 있는 것.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성(sex)’과 ‘메시지 보내기(texting)’를 합성한 ‘섹스팅’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2014년부터 3년간 성폭력 가해 경험이 있는 청소년 상담 747건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또래 간 성폭력 가해 유형 중 SNS를 통해 성적인 글이나 사진, 동영상을 게시하는 ‘통신매체 이용 음란’ 유형이 2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세종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남학생들이 같은반 여학생 A(17)양에게 수개월간 성희롱 및 성추행을 한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담임교사가 A양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남학생들이 지속적으로 A양의 허벅지, 엉덩이 등을 접촉하고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이 확인됐고 해당학교는 곧바로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었다.

남학생들에게는 5일간의 출석 정지 및 특별교육 4시간 등의 징계를 내리고 가해 학생 1명은 학급이동을 조치 했다.

하지만 학폭위는 조사과정에서 피해학생 A양이 남학생의 엉덩이를 치거나 급소가 작다는 등의 성희롱, 성추행 사실이 확인되면서 A양에게도 서면사과 조치를 내렸다.

A양은 대전으로 전학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단락 되는 듯했던 이 사건은 SNS에 피해학생 A양이 억울하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친구에 친구를 타고 퍼나르기 식으로 공개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확산성이 큰 온라인 공간에 익명성이라는 무기가 더해져 사회 갈등이 심해지고 해당학교나 가해학생 등의 신상털기 등 2차피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칫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등으로 처벌 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A양 친구들의 SNS에는 여성은 남학생을 극혐(극도로 혐오)하고 그런 여성들에 대해 남성은 극혐으로 맞불을 놓는 등의 댓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댓글의 언어폭력적 수위도 높다.

청주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아이들 앞에 너무 많은 정보가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보니 학교폭력의 수위가 높아지는 등 부작용이 크다'며 '요즘 세대를 위한 올바른 성과 윤리 교육 등이 절실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세종 신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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