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산면 박계리 수령 350년 느티나무…일본경찰 잠복 알리려 흰 헝겊 달아

독립투사들의 활동에 도움을 준 나무로 알려지면서 '독립군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영동군 학산면 박계리 느티나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동양일보 이종억 기자) 73주년 광복절을 맞아 충절의 고장 영동군에 특별한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나무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학산면 박계리 마을 입구에는 수령이 350년 이상 되고 높이가 20m에 이르는 독특한 생김새의 느티나무가 서 있다.

영동군 보호수 43호로 지정돼 특별 관리를 받고 있는 이 나무는 ‘독립군 나무’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각각 떨어진 두 그루의 나무가 뿌리에서부터 줄기가 같이 뻗어 나와 멀리서 보면 한 그루처럼 보인다.

‘독립군 나무’라는 별명이 붙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활동하는 독립투사들이 이 길을 이용하게 되면서부터라고 전해진다.

이 나무아래서 일본 경찰들은 독립투사들을 붙잡기 위해 잠복, 검문을 하곤 했다. 주민들은 이를 다른 독립투사들에게 알리기 위해 멀리서도 잘 보이는 느티나무에 흰 헝겊을 달아 놓았다고 한다.

3․1운동 때에는 독립투사들이 서울에서 남부지방으로 독립선언문을 전달하는 데에 일본경찰에 들키지 않도록 큰 도움을 준 나무라 해서 현재까지 ‘독립군 나무’ 또는 ‘독립투사 느티나무’로 불리고 있다.

이 나무는 마을 주민들에게는 정신적 지주이자 수호신 같은 존재다.

군은 올해 초 지역의 상징물로 보존가치를 높이고 관광객과 주민 쉼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2000여만 원을 들여 보호수를 새롭게 정비했다.

나무 주변 흙을 바꿔 나무의 생육 환경을 개선하고 낡아 파손된 둘레석을 정비했다.

독립군 나무는 현재 주민들에게 편안한 쉼터를 만들어주고 지역의 색다른 명소로 방문객을 맞고 있다.

면 관계자는 “애국지사가 많이 배출된 충절의 고장에서 순국선열들의 넋이 깃든 이 독립군 나무는 영물이나 다름없다”며 “조국 광복의 감동을 전하고 주민들의 쉼터,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동 이종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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