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재비·인건비 한푼 못건져…피해막심

이문섭 보은군오이작목반회장이 폭염에 피해를 입은 오이밭을 바라보며 피해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폭염으로 보은군 수한면 묘서리 오이밭이 초토화됐다.

(동양일보 이종억 기자) 섭씨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보은지역 오이재배 농가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보은군 수한면 묘서리 보은에서 옥천으로 가는 도로변 차모(76) 씨의 오이 밭은 폭격을 맞은 듯 앙상한 줄기만 남긴 채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오이넝쿨 아래는 노랗게 시든 오이가 무더기로 버려져 있다. 모두 올 여름 폭염으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차 씨처럼 오이피해를 입은 농가는 수한면에서만 60가구 10만여 평에 이른다. 보은지역 최대 오이재배단지이지만 어느 한 농가 성한 오이 밭이 없다.

이들 오이재배 농가는 6월부터 첫 수확에 들어갔지만 7월 들어 폭염이 닥치면서 오이의 상품성이 떨어져 판매조차 하지 못했다. 초기에 수확해 어렵사리 판매한 오이조차 쓴맛이 난다는 이유로 반품돼 돌아왔다. 당연히 한푼도 건지지 못했다.

재배면적을 늘리면서 들어간 농자재비와 인건비는 고스란히 빚으로 쌓여가고 있다.

이문섭(65·수한면 묘서1리) 보은군오이작목반 회장은 “폭염에 따른 오이피해 금액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며 “수한면 지역 오이전업농 5~6가구는 생계위협을 받을 정도로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청년창업농 이모(38) 씨는 6000평을 재배하고 있는 오이전업농이다. 지난해 4000평에서 올해 6000평으로 늘려 근로자까지 4명 고용해가며 오이재배에 뛰어들었지만 폭염피해를 입어 부농의 꿈을 접어야할 처지다.

이 지역 농가들은 1차로 피해를 입은 오이넝쿨을 뽑아버리고 2차로 오이를 심었지만 이것마저 고온에다 바이러스까지 번져 수꽃만 피는 2차 피해를 입고 있다.

더욱이 노지에서 재배되는 오이는 재해보험 가입대상에서도 제외돼 보상받을 길이 막막하다.

보은지역 오이재배농가들은 하루빨리 폭염도 자연재해로 인정돼 농민들이 인건비와 농자재비만이라도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길 기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오이재배 농가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해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당국에 호소했다. 보은 이종억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