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주 단양군 기획감사실장

장장주 <단양군 기획감사실장>

 나는 30여 년 전 한적한 시골의 면서기로 공직을 시작해 우리 사회의 격동기를 겪으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도전과 열정으로 살아온 베이비붐 세대다.

2차 대전이 끝난 1946년 이후 1965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혹독한 불경기를 이겨내고 경제·사회적 안정을 이뤄낸 세대로 평가받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통기타와 생맥주, 청바지와 더불어 낭만으로 상징되는 세대의식의 하나인 청년 문화도 처음 만들어냈다.

나는 가난과 패배의식에 찌들었던 60~70년대를 벗어 던지기 위해 청년 문화의 낭만도 뒤로하고 오로지 행복한 삶에 대한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아왔다.

숨 가쁘게 달려온 한국경제와 베이비붐 세대는 1998년 IMF 외환위기로 많은 기업이 문 닫고 해고자도 속출하는 위기에 직면하며 또 한 번의 좌절을 경험했다.

한 가정의 경제를 지탱하던 베이비붐 세대는 열심히 살아왔던 삶의 보상과는 거리가 멀었고, 내몰리듯 타의에 의해 상당수가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당시 40대 중반인 내 친구들도 해고와 파산, 폐업 등 각가지의 이름으로 졸지에 무직자가 되어 힘겨운 생활고에 시달렸다.

심지어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에 다니던 한 친구도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술과 원망이란 안주로 신세 한탄을 하다 끝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최근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그 친구를 잊을 수 없다.

그 친구는 지금의 대한민국처럼 큰 근심 없이 평온하고 소박한 미소로 나를 맞았다.

그는 힘든 생활의 나날을 지나 꿈과 희망을 담은 작은 식당을 마련했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절약해 살아왔단다. 지금은 풍족하지는 않지만 가족과 함께 오순도순 잘살고 있다고 했다.

60~70년대 격동기와 1998년 외환위기를 굳건히 이겨낸 700만명이 넘는 베이비붐 세대는 대부분 은퇴하거나 인생 2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은퇴하는 베이비 붐 세대는 그들이 보유한 역량에 걸맞지 않은 일자리를 수용하거나 3년 내 50%가 폐업하는 고위험 자영업에 뛰어들어야 될 위기에 또다시 직면했다. 그래서 나는 은퇴 세대를 위한 경제·사회·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지원을 제안하고 싶다.

평생을 공직생활로 보낸 나도 어느덧 은퇴를 앞두고 새로운 삶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 등 만감이 교차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금도 옛 추억을 떠올릴만한 영화를 보거나 장소를 방문하면 낭만과 정이 있던 그 시절과 친구들이 마음속에서 그리움으로 바뀌어 오버랩 된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행복하게 잘 살라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바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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