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현 충북도산림환경연구소 학예연구사

김규현 충북도산림환경연구소 학예연구사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산림청 주관으로 열린 28회 ‘전국 나라꽃 무궁화 전시 품평회’에서 단체부분 대상(대통령상)에 충북도, 개인부분 최우수상(농림부장관상)에 진천군의 김종덕씨가 수상을 했다. 전국 1007개의 작품이 출품돼 그중 15개의 분화만이 수상을 하는데 그중 단체와 개인 모두 1등상을 거머쥔 것은 큰 쾌거이다.

유난히 더위가 기승을 부린 올여름 무궁화는 그 아름다운 꽃잎을 피고 지우며 그 자태를 더욱 드러내고 있다. 그에 더불어 충북산림환경연구소에서는 무궁화 품평회를 위해 지난 1년 여간 무궁화를 가꾸어 왔다. 비가 오지 않는 무더운 여름 날씨를 원망도 해보며 하루 종일 무궁화를 가꾼 결실이 이번수상으로 단비가 내린 듯하다.

무궁화는 예로부터 우리민족이 유난히 사랑하는 꽃이었다. 특히 여름 한철 100일 동안 피고 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수많은 외침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일어섰던 우리의 민족성과도 닮아 자연스럽게 나라꽃으로 자리 매김 되었다. 옛 중국의 ‘산해경’에는 북방에 있는 군자의 나라에는 무궁화 꽃이 많이 피고 진다고 하며 우리나라를 지칭했다. 무궁화의 명칭은 환화, 천지화, 목근, 근화 등 다양한 명칭으로 고대 문헌에 전해오고 있다. 고려 때 시인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무궁화라는 명칭이 처음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많은 문헌에서 무궁화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특히 18세기의 선비인 유박이 저술한 ‘화암수록’이라는 책에 무궁화를 언급한 글이 눈길을 끈다. 이 책은 최근까지도 조선초기의 학자 강희안이 쓴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연구에 의해 유박이 쓴 것으로 밝혀졌다. 이 책에는 ‘화목구등품제’라는 내용이 실려 있는데 꽃나무를 9등급으로 나누고 45종을 언급했다. 그중 목근 즉 무궁화는 8등으로 나와 있으나 처음부터 무궁화가 들어 있지는 않았는지 유박의 친구인 안사형이 지적한 내용이 나온다.

“우리나라에는 단군이 개국할 때에 목근화가 비로소 나왔기 때문에 중국에서 동방(東邦)을 일컬어 반드시 근역이라 말하였으니 근화(槿花)는 옛부터 우리 동토(東土)의 봄을 장식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중략) 목근화도 홍백 두 가지가 있는데 흰것은 화판과 빛깔이 백작약과 같으니 형께서 혹 흰 것을 보시지 못하였기에 화보에 넣지 아니했는지요. (중략) 6~7년 전 제가 충주(忠州) 땅에서 백근화(白槿花)를 보았습니다”

이에 유박이 “근화는 그 흰 것은 알지 못하고 다만 그 분홍색만 알 뿐(중략) 이제 꽃이 흰 것을 받아보니 이게 바로 순화(舜花)로서 우리나라의 옛 봄을 상징했다는 가르침을 알고, 이제사 비로소 우물 안에서 나와 하늘을 보았다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뜻과 생각이 충주(忠州)로 달리지 않을 때가 없으니 어찌 이 꽃을 우등의 영역으로 끌어 올리지 않겠습니까?“

조선시대 원예문화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인 ‘화암수록’을 통해 조선의 선비들이 무궁화를 얼마나 귀하에 여기고 높게 평가했는지 알 수 있는 구절이다. 특히 우리 지역 충주를 언급하며 충주에 가서 무궁화를 보겠다는 구절은 인상 적이다. 이번 무궁화 품평회에서 1등상을 휩쓴 내력도 이때부터 충북이 무궁화의 본고장임을 드러내는 듯하다.

현재 미동산수목원에는 나라꽃 무궁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대상에 버금가는 200여점의 다양한 무궁화가 전시되어 있으니 광복 73주년을 맞아 전시회를 찾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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