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환권/ 취재부 부국장 공주 논산 담당

유환권/ 취재부 부국장 공주 논산 담당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 ‘물색없는’ 초선의원 한명 덕분에 더운날 공주시민들 전두엽에 지진이 났다. 민주당 소속 박석순 의원이 명함 뒷면에 남편의 자동차 공업사 홍보문구와 계좌번호까지 새겨서 돌렸기 때문이다.

시의원이라는 독점적이고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한 개인의 일탈이다. 공적 업무에 사적 이익을 도모한 철없는 행태도 문제였지만 뒤늦게 이에 대처하는 박 의원의 태도는 더욱 실망스러웠다.

모 기자에게 “기왕 쓸거면 살살 해달라”거나 “OO기자도 쓴다던데 한명만 내달라”는 문자까지 날렸다. 이 정도면 ‘개콘’도 배꼽잡을 코미디다. 기사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기자의 자존심에 ‘광 팔고 죽어달라’고 한 꼴이다. 기사를 한낱 문자로 ‘흥정’하려 했다면 현실감각 상실뿐 아니라 정무감각 조차 빵점이다.

‘팍타 순트 세르반다(pacta sunt servanda)’.

‘약속(합의)은 지켜져야 한다'는 라틴어 법언(法言)이다. 로마법에서 유래한 이 격언은 오늘날 전 세계 민법이 금과옥조처럼 지키는 대명제가 되었고 ‘신의성실’ 원칙의 토대를 일궜다.

이게 법만의 일일까. 공인, 특히 선출직 의원들이 유권자들에게 했던 약속도 똑같은 무게를 갖는다.

하지만 신의성실 약속을 천금처럼 믿은 공주 시민들에게 돌아온건 박 의원이 도깨비 소환하듯 사적 이익을 현실세계로 불러낸 일탈이었다.

또 속은 공주시민들의 내상은 컸다. 상처가 덧나면 진물 나는 까만 옹이로 남는다. 속임수가 반복되고 옹이가 흉터로 굳으면 유권자들은 불신으로 의회를 바라본다.

그래서 인터넷에는 벌써 박의원의 제명과 사퇴를 요구하는 분노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공주 시민들은 의원의 일탈 앞에 뇌가 쭈그러드는 참담함을 더 이상 인내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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