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의 지정차로제 홍보 리플렛.
20일 청주의 한 도로에서 1t 화물차들이 1차로 주행을 하고 있다. 개정된 지정차로제는 고속도로 이외의 도로를 왼쪽차로, 오른쪽 차로로 구분해 왼쪽차로는 승용, 경형·소형·중형 승합차량, 오른쪽 차로는 대형승합, 화물, 특수, 건설, 이륜, 원동기 등이 통행하도록 한다

 

회사원 조모(42)씨는 최근 운전을 하던 중 짜증나는 일을 겪었다. 짐을 가득 실은 화물차 한 대가 그의 앞을 계속해서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씨는 “도로교통법 지정차로제에 따라 화물차는 1차선 주행이 불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화물차로 인해 시야도 가려져 신호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고 하소연 했다.
그는 “다른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대형차량들이 지정차로제를 준수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지정차로제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잘 지켜지지 않아 다른 운전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게다가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도로의 경우에도 화물차나 버스 등 대형차량은 지정차로제에 적용된다는 것을 잘 모르는 운전자들이 많고, 그만큼 준수율도 더 낮아 사고 위험이 끊이지 않는다.

20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지정차로 위반 단속 건수는 지난 6월말 현재 2737건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5년 3326건, 2016년 8459건이고 2017년에는 5820건 등 지정차로 위반으로 인한 단속 건수는 끊이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시민 A(여·28)씨는 “최근 운전을 하던 중 화물차가 앞을 가려 신호등이 안보였던 적이 있었다”며 “신호가 바뀐 줄도 모르고 화물차를 따라가다가 다른 방향에서 오는 차를 보고 크게 놀라 급정거했던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지정차로제 미준수로 인한 여러 위험과 불편은 온전히 다른 시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1970년 처음 도입된 지정차로제는 1999년 도로의 효율을 높이고 물류비용을 절감시킨다는 취지로 해제됐다. 그러나 화물차 등 대형자동차의 추월차로 주행으로 인해 시야가 가려져 사고위험이 높아지고 저속차량이 교통 흐름에 저해요인이 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나자 2000년 6월 재시행 됐다.

차로별 주행가능 차량이 복잡해 운전자가 쉽게 알 수 없고, 도로가 혼잡한 상황에서도 1차로를 추월차로로 비워둬야 한다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6월 19일 개정된 지정차로제가 시행됐다. 개정된 지정차로제는 도로를 왼쪽차로, 오른쪽 차로로 구분한다. 왼쪽차로는 승용, 경형·소형·중형 승합차량, 오른쪽 차로는 대형승합, 화물, 특수, 건설, 이륜, 원동기 등이 통행하도록 했다. 고속도로의 경우 1차로도 차량 증가 등 시속 80km 미만으로 통행할 수밖에 없을 때 추월이 아닌 경우에도 주행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지정차로제를 위반할 경우 일반도로에서는 3만원, 고속도로에서 위반할 경우 승용차와 4t 이하의 화물차는 4만원, 4t 이상 화물차는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경찰 등은 운전자들이 지정차로를 지키도록 계도하고 있으나 운전자들의 준수율은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다.

단속도 쉽지 않다. 지정차로 위반을 단속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데다가 일선 경찰관들이 상시 도로를 지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지정차로 위반의 경우 시민이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 관계자는 “지정차로 위반의 경우 일선 경찰관들의 단속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일부 운전자들은 좌회전을 할 것이라며 상황을 모면하기도 한다”며 “국민신문고나 블랙박스 등 시민들의 신고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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