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변잠혈검사 오진 위험 '여름엔 겨울의 1.2배'

(동양일보 김홍균 기자)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대변 속의 혈액을 잡아내는 검사를 분변잠혈검사(FOBT: fecal occult blood test)라고 한다. 이 검사는 대장암 진단을 위해 시행된다.

그런데 '분변잠혈검사'(대변검사)의 정확도가 여름철에는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 결과 분변잠혈검사에서 대장암에 걸린 사람이 정상으로 잘못 진단되는 비율(위음성 발생률)은 여름이 겨울의 1.2배로 가장 높았고 봄·가을은 1.15~1.16배였다.

강동경희대병원 차재명·곽민섭 소화기내과 교수팀이 국립암센터 연구팀과 국가암검진사업의 일환으로 만 50세 이상 연령층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대장암 분변잠혈검사를 지난 2009~2010년에 받은 약 479만명(평균 61.1세)의 검사결과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대장암에 걸리면 암 표면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혈액(잠혈)이 떨어져 나온다. 분변잠혈검사는 대변에 섞여 있는 잠혈을 검출해 대장암 위험군을 선별한다.

그러나 더운 날씨에 적잖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대변에 섞인 잠혈은 무더운 날씨에 노출되면 혈액의 단백질이 분해돼 아예 검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환자가 대변에 잠혈이 섞인 대장암 위험군인데도 불구하고 더운 날씨에 잠혈이 사라져 정상으로 진단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연구결과 여름철 분변잠혈검사의 양성률이 제일 낮았고, 분변잠혈검사에서 잠혈이 검출되지 않은 정상이었다가 나중에 대장암으로 진단되는 중간암(위음성)의 발생률은 유의하게 더 높았다.

차 교수는 '검체가 외부 온도에 영향 없이 제일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겨울철과 비교해 여름에 중간암이 발생할 상대적 위험비가 1.2배 정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가 단순히 여름에 분변잠혈검사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검체 관리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적은 비용에 검사의 편리함을 갖추었지만 분변잠혈검사는 더운 날씨에 취약한 단점이 있다. 대변에 섞인 미세 혈액인 잠혈이 무더운 날씨에 노출될 경우 분해돼 검출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더운 날씨에 노출된 대변 검체에서 잠혈이 있지만 검출되지 않아 정상으로 판정(위음성)되는 문제가 여러 실험으로 지적되어 왔다. 최근 유럽에서도 여름철 분변잠혈검사 양성률이 떨어지고, 실제로 잠혈이 있지만 없다고 판정되는 위음성 검체가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검사를 앞둔 환자들이 병원에 오기 하루 전에 분변을 받아 베란다에 보관하다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데 더운 날씨에 검체가 변질할 수 있어 정확도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병원에 오는 날 아침 또는 병원에 와서 분변을 받아 제출하는 등 검체의 이동시간이나 상온에 노출하는 시간을 줄이는 게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는 길'이라며 '요즘 같은 때에는 검체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소화기학회지(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게재됐다.

분변잠혈검사를 매년 받으면 대장암에 의한 사망률을 32% 감소시킬 수 있고, 2년에 한 번만 받아도 사망률을 22% 떨어뜨린다.

검사가 간편한 데 비해 효과는 좋은 편이어서 국가에서는 50세 이상 국민에게 매년 분변잠혈검사를 권고한다. 검사에서 이상이 있으면 대장 내시경으로 확진 검사를 받으면 된다.

●대장암 초기 증상

'대장암'이란 대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뤄진 악성종양으로 주로 음식물에 의해 직접적인 자극을 받는 대장의 점막층에서 암세포가 발생하는 일이 많다.

대장암은 초기에 발견하게 된다면 생존율이 70% 가까이 되지만 초기증상이 거의 없어 보통 대장암 증세가 상당히 진행된 다음 3-4기에 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생존율이 낮은 질병이다.

대장암 초기 증상은 다음과 같다. △장 출혈로 인해 혈액이 부족해지면서 빈혈 증세가 나타날 수 있는데 갑자기 빈혈이 생겼을 경우 △평소 먹던 식사량보다 양이 줄어들며 체중 감소 △혈변이 보이며, 혈액의 색이 검은색 또는 밝은 선홍색을 띈다 △대장암의 대표적인 증상인 배변장애와 설사, 변비가 생기거나 끈적한 점액변, 혈변을 보인다 △배에 간혹 만져지지 않던 덩어리가 만져진다면 어느 정도 대장암 증세가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대장암 초기 증상은 구별하기 어렵지만 이러한 변화가 감지된다면 정밀 검사를 받는것이 중요하다.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육식위주의 식사보다는 채식위주의 식사로 현미, 귀리, 보리와 같은 통곡물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버섯, 양배추, 샐러리, 토마토 등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