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역대급 폭염이 한창이던 이달 초순 사람들은 내심 ‘효자태풍’을 기대했다.

한반도를 관통하지 않고 중국 상하이로 방향을 튼 14호 태풍 야기를 보며 그랬고, 이어 발생한 15, 16, 17호 태풍 모두 한반도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고 열대성 저기압으로 소멸하자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자칫 엄청난 피해를 몰고 올지도 모르는 태풍을 기다릴 정도로 모두들 폭염에 지쳐있었다.

그러던 중 19호 태풍 ‘솔릭’에 이어 20호 태풍 ‘시마론’이 동시에 북상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한때 효자태풍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두 태풍이 한꺼번에 올라오며 2개 이상의 태풍이 접근할 때 이들이 서로의 진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후자와라 효과’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재작년 여름 발생한 9호 태풍 민들레와 10호 라이언록, 11호 곤파스가 이 영향으로 일본에 상륙해 큰 피해를 냈다. 반대로 1994년 최악의 폭염 때는 태풍 브렌든과 더그 등이 폭염을 몰아냈고, 라이언록 역시 폭염을 끝장낸 효자태풍으로 기억되고 있다.

2012년 ‘산바’ 이후 6년 만에 한반도에 상륙하는 솔릭은 ‘효자태풍’은커녕 큰 피해를 주는 위험한 손님이 될 것 같다. 솔릭은 8년 전 6명의 사망자와 1674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곤파스’보다 더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마론의 상호작용이 더해져 이동속도마저 느려지면서 피해 발생시간은 더 커질 수 있다.

솔릭은 24일 오전 군산으로 상륙한 뒤 대전-세종-청주 등을 지나며 충청권에 직접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태풍의 위험반원(오른쪽)에 드는 지역도 넓다.

나쁜 태풍 솔릭을 맞아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피해를 줄일 수만 있다면 다소 ‘오버’해도 괜찮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말고 튼튼하게 미리 고쳐 두는 게 좋다는 얘기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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