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강동대 교수

시대는 변해가고 있으며 지금은 귀농.귀촌이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으로 인하여 한참 붐을 이루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수구초심(首丘初心)에 의하여 귀농.귀촌하는 중.장년 층이 많다. 얼마 전 통계에 의하면 20 30대의 귀농귀촌 인구가 50 60대를 앞섰다고 한다. 이는 청년 실업자 증가에 따른 국가적 차원의 지원정책에 의하여 청년 일자리 창출도 한 몫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도시 인근 지역에서 3도 4촌의 거주형태로 귀농귀촌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형태의 전원주택형 타운하우스를 만든다. 중.장년 층의 기성세대들은 고향이라는 개념이 머릿속에 잡혀 있고 고향을 세월이 흐르면서 그리워한다. 그러다 보니 귀농귀촌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도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서서히 구도심의 빈집화 현상을 가중화시키고 더불어 도심의 빈집화 현상이 도시인근의 전원주택지에서도 발생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젊은 세대의 세상살이 방향과 삶의 패턴 변화에 의하여 편리성 위주 도심생활이 전원생활을 기피하게 한 것으로 본다. 기성세대들은 농촌에서 나고 자라 유년시절의 추억이 시골마을에서 많다. 이런 유년기를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향의 개념이 뚜렷하고 효 혈육 우리의 가치가 개인의 능력을 월등히 앞선다. 하지만 현 세대는 가족 혈육 우리보다는 개인의 능력이 우선시 되는 디지털 시대를 살다 보니 예전의 의식은 변화되었다. 고향이라는 말도 노매드(Nomad) 형태의 현대인들에게는 무의미하다. 기성세대들은 마음의 고향인 마을단위로 혈육을 나눈 친.인척이 함께 모여 살았다. 그리고 가문을 중시하는 혈연중심의 마을이 형성되어 경쟁하며 상부상조(相扶相助)의 형태로 살아왔다. 또한 마을 단위의 향약 두레 계 품앗이 형태의 생활을 하며 살았다. 그래서 마을은 혈연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오랜 시간이 흐르다 보면 마을의 영혼을 후대에 남기기 위하여 마을 유래비(由來碑)를 남긴다. 유래비는 마을의 후손에게 선대가 물려주는 영원한 문화유산이다. 따라서 오늘은 마을과 유래비에 대하여 논해보고자 한다.

마을이란 주로 시골에서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을 말하며 교리(郊里) 동리(洞里) 방리(坊里) 방촌(坊村) 이락(里落) 이항(里巷) 촌(村) 촌락 촌리 향보(鄕保)등으로 불린다. 또한 촌락(村落)이라고도 하는데 촌락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생활의 단위로 인간생활의 기본단위인 가족 또는 집들이 모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통합을 이루는 지역집단이다. 사회학 문화인류학에서는 도시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농산어촌의 지역사회를 총칭하여 촌락이라 하고, 촌락의 사회관계 사회조직 계층구조 등에 관심을 갖고 인간관계의 사회문화적 통합을 주로 다룬다. 마을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자연촌 자연부락과 행정적으로 설정한 행정촌 행정부락 등이 있다. 우리나라 농촌 연구 학자들 중에는 행정 동 이 밑에 촌락 또는 부락이 있고 그 밑에 인보집단(隣保集團)으로 마을이 있으며 이것을 자연촌의 일반적 형태라고 한다. 촌락은 특정한 명칭이 있고 촌락이름으로 이웃 촌락에 어떤 사람이 거주하는 훌륭한 마을이라는 인식을 보여주고자 유래비를 만든다. 유래비는 이웃 마을 혹은 후대들에게 선대의 영혼을 심어주며 선대들이 살아온 마을의 자부심 응집력 협동심을 심어준다. 따라서 마을 유래비는 공감하고 소통하여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에게 혈연유무를 떠나 3대 이상이 오랜 기간 거주하며 면대면의 친밀한 상호관계를 유지한 하늘이 주는 인연의 상징이다. 유래비를 통하여 마을 사람들은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마을에 대한 공동의 기억으로 함께 살아간다.

요즘 사람들은 편리성 위주로 일정한 주거지역에 함께 모여 산다. 하지만 직장 여행 사회활동으로 아주 먼 옛날의 수렵시대보다 더 멀고 넓은 지역으로 이동하며 산다. 이른바 신노매드 형태로 움직이며 살아가고 예기치 못한 불의의 사고로 인생을 달리한다. 특히 예상하지 못한 급성 질병 혹은 교통사고는 가족에게 커다란 아픔을 준다. 과거 마을 중심의 혈연사회에서 갑작스런 혈육의 죽음은 가족이 깨지는 엄청난 고통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며 더 이상 사랑하는 가족을 보지 못하는 아픔은 억장을 무너지게 만든다. 하지만 신은 인간에게 망각이라는 최고의 선물과 인정이라는 최고의 보배를 주어 함께 어우러지는 삶을 살도록 하였다. 따라서 과거 마을 중심의 혈연이 모여 조상 영혼을 기억하며 함께 사는 시대는 아니지만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과 마음을 주고받으며 함께 사는 삶이 훨씬 행복한 삶임을 깨닫고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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