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1995년 한국을 평가하면서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 데도 정부로부터 무려 1000여 개의 도장을 받아야 한다'며 개탄했다.

이 회장은 '우리의 기업환경은 엉망이다. 지금 정부에서 세계화 운운하고 있는 데 나라꼴이 이대로 가다가는 다음 세기 국제전쟁에서 지금의 위치를 유지하기는커녕 3류 국으로 밀려날 것이 뻔하다'며 '국가 장래가 심히 걱정스럽다. 눈물이 날 정도가 아니라 울분과 통탄을 금치 못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 발언은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면서 '정치는 4류'란 주장에 힘이 실렸다.

인사에 조직개편에 공약 확정에 따른 신규 사업 발굴로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청주시지만 바쁘게 일손을 놀리기에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청주시의회가 지난 16일 재정경제위원회를 경제환경위원회로 명칭 변경하고 도시건설위 소관이던 환경관리본부를 경제환경위원회로 이관하는 '청주시의회 위원회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의결하고도 변경 하루 전이란 명분을 내세워 연 이틀 공무원들을 시정 대화의 장으로 불러 들였기 때문이다.

민선7기가 출범하면서 달라진 시정 방침 추진과 질 높은 대민행정서비스 제공에만도 하루가 빠듯하지만 의원 나리들의 입맛을 맞추느라 시민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다.

의회가 정례적으로 하는 소관 부서와의 시정 대화가 상임위 변경에도 불구하고 왜 강행돼야 했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이 시장과 다수의 시의원을 배출하면서 집행부와 의회 간, 의원 간 나름 '허니문'을 기대했지만 물거품이 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상임위 소관업무 변경은 의회의 고유 권한인 데도 집행부에 헛심을 부리고 있고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 편성을 놓고도 소수지만 민주당 소속 4명과 정의당 1명 등 5명의 초선 의원이 폐지를 주장하면서 의원 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7월1일 2대 통합 청주시의회가 출범하면서 각자 무엇을 다짐하며 배지를 가슴에 달었는지 그 속은 모르겠지만 '정치는 4류'란 한 기업인의 말을 2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만 만들어 주고 있다.

'물만 셀프'인가? 정치를 바꾸는 일도 스스로 해내야 하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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