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운영 빚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주민들 "똑똑하고 명랑했던 아이들 눈에 선해"

경찰이 현장감식을 마치고 시신을 수습해 아파트 밖으로 옮기고 있다.
경찰이 현장감식을 마치고 시신을 수습해 차량에 싣고 있다.

(동양일보 이종억 기자) 옥천에서 40대 가장이 빚에 시달리다 부인과 어린 딸 3명 등 가족 4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25일 오후 1시 50분께 옥천군 옥천읍 한 아파트 A(43)씨 집에서 A씨의 부인 B(39) 씨와 7~10세의 세 딸이 숨져 있는 것을 B씨의 여동생 C씨(37)가 발견해 경찰과 119구급대에 신고했다. 복부와 손목에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던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A씨는 현재 대전의 모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며 “빚 때문에 가족을 살해하고 자신도 죽으려 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옥천읍에서 검도체육관을 운영해오다 빚을 많이 져 채권자들에게 시달리는 등 몹시 괴로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경찰조사에서 “언니가 빚 문제로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며칠 전부터 조카들 셋과 함께 대전의 우리 집에 머물다 옷가지 등을 챙기려고 사건발생 전날 저녁 옥천 집에 들렀다”며 “사건당일 언니를 밖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나타나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아 언니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모두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옥천소방서에 따르면 사건현장 도착 당시 부인 B씨는 안방에, 딸 셋은 아이들 방에 이불을 덮고 숨진 채 나란히 누워 있었다. 남편 A씨는 화장실 옆에 배와 손목을 자해한 상태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방안에서는 약통이 발견됐으나 숨진 가족들의 몸에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정밀감식 결과를 바탕으로 정확한 사망원인을 가리기 위해 숨진 가족들에 대한 부검을 실시하고 A씨를 상대로 명확한 살해동기를 조사 중이다.

사건현장에 대한 경찰의 정밀감식이 이뤄지던 이날 오후 이 아파트 주민들은 “어린애들이 무슨 죄가 있냐”며 “너무 딱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경비원은 “아이들 셋 모두 인사성이 바른데다 똑똑하고 명랑했다”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안녕하세요’하며 배꼽 인사하던 아이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주민들은 또 “A씨 집에서는 평소 부부싸움 소리 한번 안 났다”며 “A씨가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놀라워했다. 옥천 이종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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