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최근 경북 봉화군 한 면사무소에서 70대 귀농인이 엽총을 난사해 근무 중이던 공무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몇 해 전 수도권에서 경북지역 첩첩산골로 이주해온 귀농인은 ‘물 문제’로 이웃과 다툼이 잦았고, 앞서 이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사찰을 찾아가 승려에게 엽총을 난사했다.

이후 자신의 민원을 원만히 해결해주지 않았다고 판단해 면사무소를 찾아 재차 엽총을 난사, 근무 중이던 공무원 2명이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둔 채 세상을 먼저 떠났다.

나중에 밝혀진 이 사건의 핵심은 바로 ‘물 문제’에 있었다.

시골지역은 ‘물 문제’로 벌어지는 이웃 간 다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도시에서 시골로 이주한 귀농·귀촌인들이 제일 먼저 맞닥트리는 게 ‘물 문제’다.

귀농·귀촌해서 새집을 짓고 살 경우 수도배관을 내 집까지 끌고 들어와야 하고 공사비는 당연히 자부담이다.

하지만 대다수 시골지역은 상수도 공사를 할 경우 마을기금을 내야 한다는 관행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한다.

적게는 수십 여만 원에서부터 많게는 수백 여만 원까지 마을기금으로 받는 관행이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귀농·귀촌인 입장에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굴러온 돌’과 ‘박힌 돌’ 문제로 접근하는 게 당연지사다.

문제는 감정의 골이 깊어진 뒤라 마을 구성원으로 참여하게 될 경우 아무래도 귀농·귀촌인은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다.

대다수 시골지역 어르신들은 대도시에서 쌓아온 귀농·귀촌인들의 노하우를 논리적으로도 이겨낼 재간이 없다.

이런 상황이 조성되는 분위기가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는 이유다.

충북도내 한 지역에서 힘깨나 쓴다는 환경운동가도 시골마을에 새집을 짓고 상수도 공사 문제로 마을기금을 내달라는 이장 요구를 끝내 거역할 수 없었다는 일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요구지만 일부 금액을 깍은 뒤 어쩔 수 없이 마을 기금을 냈다는 후문이다.

‘물 문제’가 살인사건으로 번진 이번 봉화 엽총난사 사건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골지역에서는 상수도로 인한 마을기금 납부 문제로 갈등이 종종 빚어지고 있다.

지자체는 ‘물 문제’로 인해 ‘굴러온 돌’과 ‘박힌 돌’이 갈등을 빚는 실태파악이라도 사전에 점검해 중재할 묘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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