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그것이 국가 통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는 올바른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국가통계는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고 평가함에 있어 기준이 돼야 합니다.”

지난 26일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이임식에서 울먹이며 남긴 말이다.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황 전 청장의 경질을 놓고 소득분배 지표가 나빠진 것으로 조사된 가계소득 통계와 관련된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1·2분기 통계청 조사에선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소득이 한 해 전보다 각각 8%, 7.6%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황 전 청장이 13개월 만에 전격 경질되고 강신욱 신임 청장이 임명되자 야당에선 맞춤형 통계를 위한 코드인사라고 비난하면서 통계청의 독립성 훼손과 국가통계의 신뢰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강 청장은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해 논란이 됐던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 90%’ 자료에 관여했고 소득통계 표본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에 청와대는 경질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강 청장을 신규 정책수요를 반영한 새로운 통계지표 발굴, 조사방법 개선 등 신뢰성 있는 통계서비스를 제공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이를 바꿔 말하면 황 전 청장이 신뢰성 있는 통계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경질했다는 것으로 풀이돼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청와대는 황 전 청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할 당시 “개혁 성향의 노동경제학자로 고품질의 국가통계 생산과 서비스를 통해 소득주도 성장을 지원할 적임자”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웠었다.

300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는 통계청은 직접 작성하는 통계가 60종, 통계청 승인을 받아 각 부처가 작성하는 통계가 385개에 이르고 지자체에 작성을 승인해주고 관리하는 통계까지 더하면 1000개가 넘는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정운영과 정책의 바로미터인 통계는 정확성과 신뢰성, 객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그 어떤 정치적 이용이나 시도는 절대 용납돼선 안 될 것이며 국민 모두가 이를 견제해야만 할 것이다. 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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