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약한 작업환경 속 이종국 작가 돕기 위해 지역민 나서
청주 알린 이종국 작가…현실은 원료 보관창고조차 없어

이국종 작가의 페이스북 캡쳐. 보관 창고가 없어 마당에 널려 있는 닥나무가 썩어가고 있다.
어려움에 처한 이종국 작가를 돕기 위한 시민들이 29일 낭성의 한 식당에 모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한지공예촌으로 자리 잡은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의 ‘벌랏 한지마을’에서 한지공예, 녹조그릇, 분디나무 젓가락 등을 만들며 국내는 물론 국외까지 이름을 널리 알린 이종국(58) 작가.

그가 최근 절망에 빠졌다. 열악한 작업환경 탓에 재료를 보관할 창고조차 없어 늘 어려움을 겪었던 그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얼마 전 내린 비에 수십톤에 달하는 닥나무가 죄다 썩어버려 모두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닥나무는 조금만 습해도 모두 썩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창고 등에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체계적으로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보관 창고가 없는 이 작가는 매번 장마철만 되면 한지를 만들기 위해 삶아 놓은 닥껍질을 모두 썩혀 버려야 했다.

이 작가의 안타까운 상황은 SNS 등을 통해 퍼져나갔고 소식을 접한 지역민들이 그를 돕기 위해 나섰다.

이 작가는 SNS에서 “장마를 넘기지 못하고 닥껍질을 썩히면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도와 줄 수 없다고 했다”며 “20여년 닥나무 농사를 지으며 종이를 만들어 왔건만 매년 비가 연일 올 때면 절망하게 된다”고 하소연 했다. 그는 “저장 창고를 지으려면 한지를 평생 팔아야 할 것”이라며 “우리의 것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하기에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막막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소식을 접한 송봉화 사진작가가 원료 보관 창고를 지을 수 있도록 소정의 금액을 기부하겠다고 나섰고, 이를 본 주민들도 뜻을 함께 하기로 해 29일 낭성의 한 식당에 모여 이 작가를 돕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들은 SNS 등을 통해 모금운동을 진행하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창고 건립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로 의견을 모았다.

변광섭 문화기획자는 “닥나무를 재배하는 일에 대해 정부의 그 어느 부처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며 “최근에서야 농림부에서 특용작물로 구분해 놓았을 뿐 닥나무의 중요성에 비해 정부의 정책은 매우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지가 중요하다면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 재배에서부터 수확과 저장 등 일련의 과정도 중요하다”며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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