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형 국립공원관리공단소백산국립공원북부사무소 소장

이수형 <국립공원관리공단소백산국립공원북부사무소 소장>

해마다 여름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무더운 일상에서 벗어나 맑은 물과 신선한 바람, 그리고 푸른 숲이 잘 어우러진 국립공원을 찾는다.

소백산국립공원의 남천계곡에는 남천야영장이 있다.

아직까지 사람의 손길이 잘 닿지 않은 곳으로, 청정한 계곡과 울창한 숲은 야생동물들에게 삶의 터전이 된다. 때론 여름철 사람들이 쉬어가는 천혜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이 남천계곡에는 아주 특별한 친구가 살고 있다.

바로 작은관코박쥐가 그 주인공이다.

한때 많은 개체수가 있었지만, 2017년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에서 Ⅰ급으로 변경되는 등 지금은 상당히 보기 어려운 녀석들이다.

남천계곡의 작은관코박쥐는 2016년 자연 자원 조사 과정에서 남천야영장 주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처음 알려졌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소백산북부사무소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지역을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사람의 출입을 막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알기 위해 생태환경 조사 등에 노력하고 있다.

멸종위기야생동물은 살아가는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조금만 환경이 변해도 번식을 하지 않거나 개체군의 수가 감소한다. 이들이 오래도록 우리 곁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상태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일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남천계곡을 보면 사람과 작은관코박쥐가 서로 한 공간을 향유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하는 이유일 수 있다.

여름철 남천야영장은 야간에도 불을 밝히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여흥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야간소음과 빛 공해는 작은관코박쥐가 살아가는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마치 층간소음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듯 말이다.

남천계곡의 작고 특별한 친구를 잃지 않으려면 무더운 한낮에 사람들이 남천계곡을 맘껏 누린 뒤 야간에는 그들이 편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양보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소등시간을 잘 지키고 야간 소음을 줄이는 것이 그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작고 특별한 친구에게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일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밤새 흥겹도록 웃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새, 계곡, 풀벌레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선율에 한껏 몸을 맡기고 자연에 취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작고 특별한 친구와 함께 살아가는 남천계곡은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과 추억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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