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유환권 기자) 공주시의회 추경심사 예결특위 회의중 발생한 ‘대리투표’ 파문의 전후과정을 들여다 보면 극명한 한가지 사실이 드러난다.

박병수 의장은 “부적절 했다”, 박기영 위원장은 “그런 사실 있다”며 깔끔하게 답했다. 시민에 대한 미안함도 읽혔다.

하지만 결정적 당사자인 이종운 의원의 태도는 ‘찌질한 아몰랑’ 수준이었다. 한마디로 박 의장과 박 위원장에게 ‘독박’ 씌우는 발빼기의 극치였다.

투표를 박 의장에게 맡겼느냐는 질문에 시종일관 “모른다”거나 “그들에게 물어봐라”였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선택적 기억 상실’에 가까웠다.

공주시 연간 살림규모는 9500억원에 육박한다. 이번 추경에서도 1079억원의 돈이 의원들의 손에 의해 좌우됐다.

그런 큰 돈을 움직이는 회의에서 이종운 의원은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해 놓고도 문제의 본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끝까지 책임회피 일색이었다. 물기 없이 쩍쩍 갈라진 목소리에서 신경질적인 반응도 나왔다.

그가 고약한 대화법을 통해 보여준 일종의 가당찮은 ‘넘사벽’은 ‘아몰랑’으로 버티면 시민들의 눈과 귀를 막을수 있을거라는 오판으로 보였다. 이런것도 따지고 보면 공정사회를 가로막는 반칙이고 곧은 길을 외면하는 갑질이며 적폐다.

만약 적폐가 청산되지 않는다면, 시정의 감시를 맡긴 공주시민들은 갑질의 재탕을 환청으로 들어야 할지 모른다. 환청이 증폭되면 참을수 없는 지경에 이르니 불행으로 남는다.

이종운 의원의 답변을 들으며 앞마당에서 닭싸움하듯 할수 없어 인터뷰를 마쳤지만 뒤끝은 개운치 못했다.

생전에 늘 입에 달고 살았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말이 지금도 귓속에서 앵앵거린다.

“니 돈이믄 그르케 하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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