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외국계 대형 창고할인마트인 코스트코 세종점이 지난달 31일 세종고속시외버스터미널 옆에 개장했다. 대평동 2만5370㎡ 터에 지상4층 지하1층, 건물면적 3만3044㎡ 규모다. 인구 30만 명을 갓 넘긴 세종에서 네 번째로 문 연 대형마트다.

세종에는 2014년 11월과 2015년 2월 홈플러스와 이마트가 3개월 간격을 두고 각각 터를 잡았고 농협하나로마트도 영업중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인구에 비해 대형마트가 너무 많아 결국은 소상인들에게 피해를 줄 게 아니냐는 태산같은 걱정을 하고 있다.

코스트코 세종점의 영업 개시는 예상한대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코스트코에 몰려 든 차량 행렬을 보면 주민들의 반응이 어떤 지를 엿볼 수 있다. 단순히 세종지역 주민만이 아닌 인근 대전, 청주, 천안, 공주 등지의 주민이 보이는 반향 역시 크다.

실제 10~20분이면 대전이나 청주 등지의 쇼핑객이 부담없이 갈 수 있다. 코스트코만 놓고 봐도 유성에서는 대전점(중구)보다는 세종점이 더 가깝다. 충청권 주요 도시중 유일하게 코스트코가 없어 그동안 일부러 대전점을 찾아 쇼핑하던 청주시민들은 이용하기가 한결 편해졌다.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특히 대전점을 가기엔 복잡한 시내 통과 등으로 좀 부담스러워했던 청주시민 입장에선 세종점 오픈을 반기는 눈치가 역력하다. 대전과 함께 충청권 2대 도시로 100만 명을 바라보는 청주에 왜 이런 대형할인마트가 없느냐는 자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에선 지역경제를 초토화시킨다며 코스트코 입점에 반발하고 있다. 세종지역 소상공인 50여명은 지난 3일 오전 세종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인구 30만에 불과한 세종에 4개의 대형마트가 들어섰으니 지역상권 붕괴는 뻔한 게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쇼핑하기가 편하고 가격이 싸니 오지 않을 수 없다는 한 주민의 말 앞에서 소상공인들의 외침은 크게 들릴 수가 없었다. 코스트코 세종점 개장이 세종의 정주여건을 한결 높여 주고 지역주민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코스트코 세종점은 원래 청주에 입점하려다 반발에 밀려 세종을 택한 케이스다. 코스트코는 2014년 청주테크노폴리스 상업지역에 있는 1필지 3만9612㎡의 유통시설용지에 입주를 타진했다. 그러나 중소상권이 붕괴된다며 재래시장 상인과 시민단체가 반발하자 청주 출점을 접고 세종으로 선회했다.

그 부지를 3년이 지난 2017년 이마트가 사들였다. 아직 부지개발계획이나 입점 시기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창고형 할인매장이나 초대형 복합쇼핑몰이 입점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상인들과 시민사회단체는 구멍가게, 음식점, 미용실까지 거의 모든 중소상인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여전히 입점 반대 입장이다.

이 부지는 용도가 판매시설, 근린생활시설, 창고시설로 돼 있고 주변 반경 1㎞안에 전통시장도 없어 법적으로 입점을 막을 방법은 없다. 단지 있다면 물리력을 동원해 사업을 스스로 접게 하는 수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 좀 솔직해 보자. 청주에서 쫓겨난 코스트코가 세종에서 오픈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의외로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코스트코 입점을 막아냈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얼마나 재래시장을 찾았다고 보나. 코스트코 같은 대형매장을 갈 사람은 가고, 재래시장을 찾을 사람은 여전히 재래시장을 찾는다. 그게 시장원리다. 글로벌시대에서 과거에 집착한 소비만 고집하다간 오히려 재래시장 위축만 가져올 수 있다. 또 우리 스스로 “이건 무조건 안돼”하고 울타리를 쳐 놓고 출점을 막는다면 타지로의 원정 쇼핑을 부추기는 꼴이고 그에 따른 자금 유출도 막지 못한다.

중소상인들도 살고 소비자들도 만족하는 상생쇼핑문화 조성이 더 시급하다. 청주사람들이 언제까지 쇼핑을 위해 인근 도시를 찾아야 하나. 대전이나 세종, 천안 등지에서 청주로 원정쇼핑 오도록 하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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