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은근슬쩍 편성”…폐지 촉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5일 도의회 현관 앞에서 소규모 주민숙원사업 명목의 재량사업비 폐지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청주시의회에서 촉발된 ‘지방의원 재량사업비 편성’ 논란이 충북도의회로 번졌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5일 “도가 이번 정례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도의원들에게 예산의 일정한 몫을 책정해주는 재량사업비가 편성돼 있다”며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연대회의는 이날 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앞에서는 없는 척하고 뒤에서 은근슬쩍 재량사업비를 편성하는 충북도와 도의회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단체장과 의회 간 은밀한 짬짜미의 결과물인 재량사업비는 의회의 행정부 감시 견제 기능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도의회는 재량사업비 폐지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재량사업비는 어떤 과정을 거쳐 사업이 선정되고 집행됐는지를 신청한 도의원과 집행부만 알 수 있어 비리의 개연성이 농후한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연대회의는 “도의원들은 2014년 이전에는 재량껏 사용했지만 현재는 절차와 규정이 명확해 제출해도 다 받아들여지지 않기에 재량사업비가 아니라고 하지만 이 말은 설득력이 없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도의회는 2014년 12월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 명목으로 편성됐던 재량사업비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도는 용도를 알아채기 어려운 특별조정교부금 형식으로 재량사업비를 우회 편성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시·군의 소규모 지역사업에 필요한 재원은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도지사가 시·군에 교부하는 특별조정교부금의 일부가 활용되며 시장·군수의 건의를 받아 충북도가 필요 금액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2015년 1인당 1억원씩 지원한 데 이어 2016년부터 1억5000만원으로 늘려 지원을 정례화 했다.

도의원을 대상으로 지역구 현안에 필요한 의견을 수렴해 이들로부터 제출받은 사업 목록을 시·군과 협의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도의원 재량사업비를 되살린 모양새가 됐다.

도는 도의원 선거구별로 특별조정교부금을 지원하는 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도의원들이 사업을 제안하긴 했지만 시장·군수가 충북도에 건의해 특별조정교부금을 지원받는 형식을 취했다는 이유에서다.

도에 따르면 교부금 지원 사업은 시·군의 협조를 얻어야 하고 시장·군수가 충북도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편성이 가능하다. 충북도와 시·군이 예산을 매칭하는 방식이다.

도 관계자는 “의원 재량사업비 명목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없다”며 “의원들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주민이나 시민단체, 일선 시·군 등 다양한 곳의 수요를 반영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지방의원들도 주민 요구사항을 집행부에 전달하는 수준이고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친다며 ‘재량사업비’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앞서 청주시의회 5명의 의원은 지난 1일 성명을 내 “2014년 의원재량사업비 폐지 이후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란 명목으로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후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청주시가 의원재량사업비를 우회 편성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일부 의원이 동료의원에게 대신 신청하도록 부탁한 것으로 알려 사업비 성격과 ‘도덕적 해이’ 등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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