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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세이/ 소록도 천사 할매
동양에세이/ 소록도 천사 할매
  • 한해수
  • 승인 2018.09.06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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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수 청주시청원구 가족관계팀장
한해수 <청주시청원구 가족관계팀장>

 얼마 전 퇴근길 라디오에서 귀에 꽂히는 공익광고 하나를 접하게 되었다. ‘43년 전 두 간호사가 작은 가방 하나를 들고 소록도에 왔습니다. 그 가방엔 값비싼 약도 최신 장비도 들어있지 않았죠. 환자들을 위한 마음만 담겼을 뿐, 나눔은 거창한 것이 아닐지 모릅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작은 가방처럼, 당신의 가슴엔 어떤 가방이 있습니까?’ 이런 내용이었다. 그 후로 나는 청렴하고 고귀한 삶을 산 ‘마리안느와 마가렛’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의 한 작은 외딴섬 소록도(小鹿島)는 생긴 모양이 어린 사슴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섬 이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더 없이 낭만적이나 예쁜 이름과는 달리 한센병 환자들의 애환이 깃든 슬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나병’, ‘문둥병’으로 불리던 한센병 환자들을 격리 수용되었던 곳이 바로 이 소록도에 있었기 때문이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간호학교를 졸업하고 20대 후반인 1960년대 한센인 구호단체인 다미안 재단을 통해 소록도에 들어온 파견 간호사들이다. 공식적인 파견기간이 끝났음에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인조차도 꺼려했던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소록도에 남아 40여 년 간 조건 없는 사랑으로 한센인들을 돌보았다.

그들은 가톨릭 수도사는 아니었지만, 신자로서 성자처럼 봉사를 했기에 ‘수녀님’으로 불렸다. 수녀님들은 한센인 치료를 제대로 하기 위해 피고름이 얼굴에 튀어도 짓물러 달라붙은 환자의 손 발가락에 약을 꼼꼼히 발라야 한다며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으로 고름을 짜내고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 당황한 환자들이 말렸지만 듣지 않았다고 한다. 수녀님들의 작은 관사는 한센인을 초대해 함께 빵을 구워먹는 사랑방이 되었고, 빗자루가 부러지면 테이프로 붙여 썼고, 옷은 돌아가신 환자들의 것을 수선해 입으셨다. 이처럼 절약과 검소한 생활을 몸소 실천한 청빈함에 신부님과 주민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한센인들을 위한 지원과 관심이 부족하던 시절, 모국인 오스트리아로부터 의약품과 물리치료기 등 의료기기와 선진국의 의료진을 초청해 장애 교정 수술을 해 주었다고 한다. 지원금으로는 영아원을 운영하며 보육과 주거환경개선에도 힘을 기울여 환자들이 자활하여 정착할 수 있도록 했고 평생 환자들에게 존댓말을 쓰고 함께 식사를 하며 가족들도 찾지 않는 그들의 진정한 가족이 되어 생활했다고 한다. 그러기에 환자들은 그녀들을 ‘소록도의 엄마’라 불렀다.

고향을 떠나와 43년이 지나는 동안 두 수녀님들도 일흔 살이 넘게 되었다. 전라도 사투리로 우리말, 우리글을 쓰며 한국인으로 살았던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님은 주민들에게 헤어지는 아픔을 주기 싫다며 2005년 11월, 편지 한 장만을 남기고 이른 새벽에 아무도 모르게 섬을 떠나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인 고향으로 가셨다. 가장 큰 이유는 연세가 70이 되시니, 한센인들을 돌보는 것도 힘에 부치고, 건강도 좋지 않아 오히려 짐이 될까봐 떠났다는 것이다.

40여 년 전 소록도에 올 때 가지고 왔던 낡은 가방만 들고 고국으로 떠났다. 작별 인사도 없이 섬을 떠난 두 수녀님 때문에 소록도의 한센병 환자들과 주민들은 이별의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수녀님을 위한 기도와 감사의 편지를 썼으며, 대한민국은 명예 국민으로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고 한다.

40여 년간 한센인들의 손과 발이 돼 사랑과 봉사를 펼친 두 분의 청빈한 삶을 돌아보며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되돌아본다. 두 분의 헌신적인 사랑과 봉사, 배려가 우리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감동으로 전해지길 바라보며 내 가슴에 청렴을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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