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공직에 몸담았던 한 퇴직 공무원이 자신의 공직생활을 더듬어 보는 책 <훈장보다 더 소중한 그것>을 펴냈다.

이 책은 지난해 청주시 강내면장으로 정년퇴직한 김태희(62·사진)씨의 우여곡절 많았던 공직생활 이야기다.

“좋은 일이 됐든, 나쁜 일이 됐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지요. 그래서 부족한 글 솜씨에도 몇 번의 퇴고를 거쳐 책 <훈장보다 더 소중한 그것>을 펴냈습니다.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교훈이 되고,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게 없습니다.”

김씨는 1977년 청원군청 축산직 공무원으로 임용되면서 공직에 첫발을 내딛었다. 20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입직했던 그는 40년이라는 긴 공직생활만큼이나 시련도 많이 겪었다. 재직 중 있었던 사연들을 중심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일, 순간의 부족함으로 인해 아쉬웠던 일, 마음 아팠던 일 등을 엮었다. 비록 시대의 변화는 있겠지만 자신이 느끼고 경험했던 이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사법처리로 인해 공직 생활이 끝날 위기에 놓인 적도 있었고, 구제역과 콜레라 등 가축 전염병도 일선에서 경험했다.

그는 과거 한 면사무소에 산업팀장으로 근무할 당시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일화도 모두 적었다. 어찌 보면 다소 껄끄러울 수도 있는 이야기임에도 빼지 않은 것은 자신을 교훈 삼아 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구제역이 발생했던 2010년에는 하천으로 침출수가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방 한쪽 면에 ‘一’형 차수벽을 설치하는 작업을 맡게 됐다. 짧은 기간 내 어렵사리 작업을 완료했지만 몇 개월 후 돌아온 것은 ‘ㄷ’형으로 했어야한다는 감사원의 지적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뤄진 두 번째 감사에서도 ‘ㅁ’자로 하지 않아 효과 없이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ㅁ’형으로 하기 위해서는 3배 이상의 예산이 더 들고 인근에 있는 축사까지 책임져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실무자가 판단해 실효성이 없고 낭비하는 일이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이미 끝난 일이었지만 당시 내게 그런 권한과 여유가 주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히려 실효성을 이유로 실행하지 않았다면 지시 불이행으로 큰 제재를 받았을 것입니다.”

정책과 현장의 괴리는 있을 수밖에 없고, 현장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그것을 입 밖에 꺼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가 책을 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먼저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으로서 일선 현장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 이제라도 대신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는 것.

“그동안 근무 경험을 비춰보면 현안사업을 급히 처리해야 할 때 정상적인 마무리가 되어도 혹시 진행 과정 중 잘 못된 부분은 없는지, 책임 추궁을 받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소신껏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 중 발생한 문제에서 오는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제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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