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섭 시장은 양승조 발언 다음날까지 사실조차 몰라 ‘황당’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 양승조 충남지사의 ‘KTX 세종역 신설 필요’ 발언 후 김정섭 공주시장의 뒷북 대응에 시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창졸간에 양승조발 '공포 마케팅'을 접한 공주시내 식당과 숙박업소 등 관계자들은 “시장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냐”며 격앙된 반발을 쏟아냈다.

양 지사가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연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힌 시점은 지난 4일 오전 11시께.

국내 최대 국가 기간통신망인 연합뉴스가 이 사실을 보도한 시각도 그 직후인 같은날 오전 11시 48분이었다. 당시 자사 홈페이지는 물론 포털사이트에 올리면서 독자들에게 알린 시간이다.

파장이 미칠 인화성을 감안하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공주시와, 오송역을 끼고 있는 충북도가 발칵 뒤집혔어야 할 ‘핵 발언’이었다.

그러나 24시간이 지난 5일 오전 10시 30분 공주시 기자단 정례브리핑 시간까지 김정섭 시장은 이같은 ‘팩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양 지사의 발언에 대한 공주시의 입장을 밝혀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 시장의 첫마디는 “아직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였다. 공주시장 정무라인의 심각한 허점을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이어 나온 그의 입장은 “(그게 사실이라 해도) 찬성-반대를 공주시 입장에서 피력하는 것이 KTX세종역에 어떤 영향을 줄지 의구심이 든다”며 “공주역 운행 편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며 적극적인 입장을 내는 것은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고 밝혔다.

워딩 그대로만 놓고 보면 ‘큰 문제의식을 못 느낀다’로 해석될 수 있어 기자회견에 참석한 관계자들을 당혹케 했다.

다만 김시장은 “오송역과 공주역 간 거리가 20km에 불과해 고속철도로의 기능이 저하되고 주변 역세권 개발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종시와 양승조의 교감설’ 및 세종을 지역구로 둔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밀어주기 등 각종 ‘협공’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공주시가 KTX세종역을 반대하는 내용의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한 시각은 7일 오후 1시36분.

그날 이후 공주시의 공식 입장이 나오기까지 무려 사흘이나 걸린 셈이다.

더구나 토요일자 신문을 제작하지 않는 지방일간지의 특성상 4일에 터진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이 10일자에나 보도될 수밖에 없도록 자료를 낸 ‘초 만만디’ 대응이었다.

일각에서는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소속, 차기 공천, 더 큰 정치 꿈 등 복잡한 이해관계를 먼저 계산했을 김정섭 시장이 이해찬 대표와 양승조 지사에게 즉각 ‘항명’하기에는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이같은 김 시장의 눈치보기 뒷북 행보는 공주시 수장으로서의 역할보다 자기 정치생명 챙기기에 몰두한다는 해석이 맞물리면서 시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공주시 공산성 근처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시민들을 이끌고 길거리에 나와 규탄대회를 열어도 시원찮을 판국에 김정섭 시장의 늑장 대응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며 “마지못해 목소리를 낸 듯한 김 시장은 민주당 당원이 먼저인지, 공주시민을 생각하는 시장이 먼저인지부터 밝혀달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보도에 따르면 양 지사의 발언에 대해 이춘희 세종시장은 ‘상당히 고마운 말씀’이라며 씽크로율 100%의 노골적인 환영의 뜻까지 밝혔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이 발언은 ‘설마 세종역이 생기랴’는 안일한 생각이 공주시에 돌이킬수 결과를 가져올수 있다는 정치 전문가들의 견해와도 궤를 같이한다.

여전히 ‘휴화산’인 KTX 세종역 문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공주시민들은 불안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주 유환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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