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충남공주 등 반발에도 '마이웨이’…충청권 갈등 커지나
충북범도민비상대책위 12일 백지화 운동 재가동 여부 논의

KTX오송역/동양일보 자료사진
KTX오송역/동양일보 자료사진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세종시가 충청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여겨지는 ‘KTX세종역 신설’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공식 건의하는 등 재추진 의사를 공고히 하고 나섰다.

기존 고속철도의 ‘저속철 전락’ 우려를 이유로 세종역 신설에 반대해 왔던 충북과 충남 공주시 등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충청권 갈등이 재연될 것으로 우려된다.

세종시는 10일 시청에서 민주당 지도부와 예산정책협의회를 갖고 △KTX세종역 신설 △국회 세종 의사장 설치 등 지역 현안을 건의했다.

시는 ‘효율적인 대중교통체계 기반시설 확충으로 행정수도로서의 기능수행과 세종시로의 고속철도 접근성 개선’을 세종역 추진의 근거로 들었다.

세종시의 이 같은 행보에 인근 지자체는 이미 타당성 부족으로 무산된 사업을 무리하게 재추진하려 한다며 연일 반발하고 있다.

세종역 신설은 이춘희 시장과 세종시를 지역구로 둔 이해찬(민주당 대표)의원의 공약사업으로 추진했으나 충북과 충남 공주시 등 인근 지자체는 ‘저속철 전락’ 등을 이유로 반대해 왔다.

세종역이 들어설 경우 기존 KTX오송역·공주역과 역간 거리는 불과 22㎞ 밖에 되지 않는다.

철도시설공단이 제시한 역간 적정거리(57.1㎞)는 물론 최소 기준(42.7㎞)에도 못 미친다.

때문에 수십조원을 들여 건설한 고속철도가 짧은 역간 거리로 인해 정차를 반복하는 ‘저속철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해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시행한 사전타당성 용역 결과 비용대비 편익률(B/C)이 0.59에 그쳤다. 통상 사업추진이 가능한 편익률 ‘1’ 한참 못 미친 셈이다.

여기에 세종역 신설을 둘러싼 충남·북과 세종시의 갈등이 이어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중 “세종역 신설은 충청권 4개 단체장 합의에 따르겠다”는 원칙을 밝혀 신설 논란은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였다.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던 세종역 신설 논란이 이춘희 시장의 재선과 이해찬 의원의 당 대표 선출로 재점화 되자 인근 지자체가 반발에 나선 것이다.

충북도의회와 김정섭 공주시장, 공주시의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세종역은 충청권 갈등을 조장하고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행위”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도 중앙당 지도부 선출과정에서 세종역 신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세종시는 이 같은 인근 지자체의 반발에도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양승조 충남지사가 사견을 전제로 세종역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충청권 지자체 간 의견 충돌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KTX세종역신설백지화를위한충북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충북도국토균형발전‧지방분권촉진센터에서 긴급운영위원회를 열고 비대위 재가동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비대위는 “재가동 여부 논의에 나선 것은 최근 세종역 신설 논란을 일으킨 이해찬 의원이 집권여당 대표에 선출된 이후 양승조 충남지사가 필요성을 언급한데 이어 세종시에서 열린 민주당 현장최고위원회에서 설훈 의원이 필요성을 또다시 언급하는 등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가 이제는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고 다른 사람을 내세워 세종역 신설을 관철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판단, 비대위이 재가동 여부를 논의하는 한편 최근 적극 반대의사를 표출하고 있는 공주지역과의 공조방안도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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